어이, 괜찮은 거야? 얼굴빛이 영 안 좋아 보이는데?
지하철… 이었는데?
무슨 개소리야?
그렉, 여긴 여전히 전쟁터야.
그레고르가 비틀거리면서 습관적으로 담배를 찾듯 주머니를 뒤적이다 곧 멈췄다.
그도, 나도.
수감자 모두도 눈치를 챈 것 같았다.
<이제 다급한 목소리로 우리를 붙드는 토마가 나오는 건가…>
<다, 달려!>
전원! 후퇴!
죽을힘을 다해 모두가 달리고 있지만, 하늘에서부터 떨어지는 저 손바닥은 추적을 끝낼 기미를 보이질 않는다.
다 같이 곤죽행이 되겠어! 대책 없어? 똑똑한 양반?
…듣는 중이에요. 심상 속은 변수가 너무 다양해서 섣불리 결정하기 힘들기 때문에…
고민할 것이 뭐가 있겠는가! 진정한 영웅은 어떠한 고난에도 굴복하지 않지!
어… 난 묵사발이 되어버린 시체는 옮길 맘이 없는데.
아! 미안, 단테~ 당신보고 한 말은 아니야!
로쟈의 말에 대꾸를 할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다들 입을 닫고 뛰는 것에 열중하게 하는 것이 더 나아보였다.
아직도 생각 중이신가? 엉?! 모르는 건 없다며!
당장의 해결책을 물어본 거라면, 네. 아직 얻지 못했어요.
확실한 건 이 근방에는 황금가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랬다면 단테 씨가 조금 더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을 테니.
<내가?>
장난해? 지금까지 겨우 알아낸 게 그거야?
히스클리프는 뭔가 더 쏘아붙이려는 듯 미간을 연신 꿈틀댔지만…
직후, 자신의 옆을 간발의 차이로 스쳐 지나간 거대 손바닥을 보고서는 말 없이 속도만 올릴 뿐이었다.
…그레고르 씨?
뭐야? 왜 갑자기 멈춰?
…알 것 같아.
이곳이 내 세계라면…
잠시 숨을 고르던 그레고르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우리들은 저 손을 피하면 안 돼.
…기어이 맛탱이가 가버렸냐?
그레고르, 확실한가요?
지금까지 뭐 하나 내 의지대로 살아본 적이 없었어.
이곳 역시, 저항 자체가 무의미한 공간이라는 거겠지.
그렇다면… 저항을 그만두는 게 해답일지도 몰라.
…진심이냐, 다들?
별다른 방법이 없잖아요. 다들 지쳤다고요.
그리고 말이지… 저 손톱… 말이야.
저런 무늬의 매니큐어는 흔하지 않다고.
손바닥의 주인이 '그 사람'이 맞다면, 절대 나를 포기하지 않을 거야.
파우스트 씨… 당신, 이게 내 마음의 길이랬나.
그렇다면, 확실할 거야.
내 마음의 길은 이 이후로는 막다른 길일 예정이거든.
악몽도, 길도… 그 사람의 통제 밖으로 벗어나 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악몽이 무슨 소리인지.
그레고르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하아, 될 대로 되라지.
어느새 땅 위로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우더니,
내려찍기 직전에 우리를 움켜쥐었다.
눈앞은 새카매졌고,
공중으로 뜨는 것처럼 감각이 울렁거렸다.
우으윽…
모두가 어지러워하는 동안, 나와 파우스트만이 땅 위에 꼿꼿이 서 있었다.
눈앞의 전장이 익숙한 곳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