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의 얼굴이 그레고르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똑바른 자세로.
하지만 유리는 우리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구부정한 자세였다.
죽은 동료들의 무게까지 짊어지고 서 있어야 하는 것이 살아남은 자의 몫인 양.
그렇기에 나는 그에게 말할 수 있다.
<저건 유리가 아니야, 그레고르.>
…그래. 내 생각에도 그런 것 같아.
그레고르가 담담히 긍정한다.
곧이어 그레고르의 팔이 기다랗게 뻗으며 유리를 향해 돌진한다.
그리고는, 머지않아 멈춘다.
죽고 싶지 않았어요.
…….
<베어내, 그레고르.>
이것이 관리자가 취해야 할 모범행동인지는 모른다.
그 누구도 죽고 싶어 하진 않았어요.
하지만 지금 그레고르를 망가뜨리지 않으려면, 나는 외쳐야만 했다.
<베어내!>
으, 으아아!!!
구보… 나의 벗. 이것이 그대가 선택한 길이오?
맞아. 이젠 몇 안 남았지.
…오랜만이네, 형.
네 옷에 더러운 냄새가 나는 거 알고 있어? 지금 꼴을 가족들이 봤어야 했는데.
아주 만남의 광장이로군.
내가 준 선물은 잘 간직하고 있어, 아들?
고작 이런 꼬락서니가 되라고 준 건 아니었는데.
바란 적 없어… 한 번도…
그래도 포장지는 마저 뜯어야지.
고작 그 능력이 내가 준 전부가 아니거든.
자, 인사는 여기까지.
가환이라는 자가 박수를 두 번 쳤고.
시야는, 까맣게 물들었다.
기나긴…
악몽을 꾸고 일어난 새벽처럼.
시간이 지난 후…
쉬운 임무라고 생각했는데.
눈앞에서 황금가지를 빼앗기고, 당당히도 복귀했군.
나의 과대평가였나?
<…….>
파우스트 씨, 변명이라도 해보는 게 어떨지.
불멸만이 해답은 아니더군요.
…흠.
당신은 할 말이 없습니까, 단테?
<황금가지를 노리는 다른 세력이 있었어.>
<당신은 알고 있었을 것 같은데, 왜 말하지 않은 거야?>
황금가지를 노리고 왔던 다른 세력에 대해 물어보네요.
파우스트는 담담하게 내 말을 베르길리우스에게 전했다.
…설마, 내게 책임을 묻는 겁니까.
되묻죠, 단테. 아무런 위협 세력이 없는 곳에 열둘이나 되는 자들을 내려보낼 이유가 있습니까?
해결사까지 추가로 고용해가면서 말이지.
<그건…>
됐어. 관리자 양반.
그건 내 탓이야. 책망하려면 나에게…
걸작이군.
만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부터 전우애 냄새를 풍기는지.
뭐, 피차 한배에 묶인 자들끼리 감싸주는게 나쁘다곤 하지 않겠지만…
치부를 감싸주는게 무능함을 가릴 수 있다고 착각하진 않아 줬으면 좋겠어.
…연락이 왔습니다. 애프터 팀의 특별작전 4과가 지하로 진입. 작전을 수행한다고 하네요.
그래, 그래야겠지. 남은 E.G.O와 환상체라도 회수해야 할 테니.
…정작 중요한 정수는 잃었지만 말이야.
뒤끝이 길군.
전장에서 실패는 으레 있는 법이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면, 다시 작전을 세워 재투입을 할 뿐이지.
첫 작전에서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닌가? 관리자님은 첫 지휘라고는 믿을 수 없는 성과를 보여주었다만?
…….
이쯤 해두지. 뭐, 아주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니까.
그렇지요.
베르길리우스와 파우스트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 것 같았지만…
지금은 그걸 꼬치꼬치 캐물을 체력도, 정신력도 남지 않은 것 같았다.
버스 안은 굳은 피와 살점으로 섞인 피비린내가 가득한데도, 아무도 차창을 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누구도 얼룩진 옷을 갈아입을 생각을 하지도 않았고.
그저 침묵을 곱씹으며 자리에 앉아있을 뿐이었다.
그레고르는 그 중에서도 침통한 표정으로 차창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갑자기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버스의 앞 창문 근처에 매달아 놓았다.
벌레 양반. 메피의 머리에 뭘 매단 거야?
…유품.
두 사람의 유품이다.
딱, 유리씨만 한 여동생이 있었거든.
그냥… 그랬었다고.
그를 위한 말을 고민도 해 보았지만, 금방 그만두었다.
애탄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이스마엘도, 숨죽여 우는 싱클레어도, 못마땅한 한숨을 내쉬는 로쟈도 말을 아끼고 있었으니까.
카론, 시야에 방해가 되진 않겠나?
응, 카론은 괜찮아.
… 그래, 출발하지.
부릉부릉.
버스는 느릿하게 진동하며 나아갔고.
차창에 매달린 방독면은 마치 무언가의 장식처럼 조용히 흔들거리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