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 도착하자마자 사색이 된 직원들이 동랑과 삼조에게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동랑님… 잠깐…!
하하, 다들 얼굴이 시퍼렇게 되어있네. 아, 잠시 실례할게요.
<꽤나 긴박해 보이는 상황인데 우리끼리 멀뚱히 있으려니까 머쓱하네…>
의미 없는 말을 흘리며 로비에서 버적거리고 있자니, 돈키호테가 어딘가로 총총거리며 걸어갔다.
오호, 이곳에 꽂혀 있는 이 책들은 무엇인가? 그림이 반짝반짝하오!
돈키호테가 콧노래를 부르며 태평하게 동화책을 집어 들었다.
난 돈키호테가 펼친 동화책을 슬쩍 보았다.
이상도 뭔가 신경이 쓰였는지, 책으로 고개를 돌렸고…
이윽고 황금빛 안개가 펼쳐졌다.
그래서였군요. K사의 고유문화 중 하나가 매년 특정 달의 밤에 비가 오면 사람들이 우산 없이 밖으로 나가서 비를 맞는 거랬는데…
…설마 또, 저만 아는 사실인가요? 아직까지도 K사 둥지와 뒷골목을 여행하는 자를 위한 안내서 책자 안 읽은 거예요? 아무도?
아 그거… 지난번에 벌레 때려잡는 데 써서… 재지급 받아야 하는…데…
로쟈 씨는 지금 이 상황에서 농담이 나와요?!
로쟈는 전혀 농담이 아닌 것 같은 표정이었지만 이스마엘만 모르는 듯했다.
그런데 이 이야기… 재생 앰플이랑도 맥락이 비슷해 보이지 않나요?
비를 맞으면 씻은 듯이 건강해진다는 게…
그… 별에서 내리는 비라도 담아서 만들었다는 거야?
아니, 그전에 물 같은게 아니라… 나노 로봇이라며?
<파우스트는 어떻게 생각해?>
전 연구자예요. 은유보다는 사실에 입각해서 판단하는 걸 선호한다는 뜻이죠.
이러한… 소위, 별 구름의 관측과 해석의 영역은 저보다는 이상 씨가 더 잘 알지도 모르겠네요.
그이는 같은 연구자일테지만, 저와는 또 다르니까요.
…….
어서 올라가 봐야겠어요. 상황이 많이 심각한 것 같네요.
이번엔 연구실이 아니라 실험실까지 들이닥친 모양이더라고요.
으음? 그런데 여기는 너무 평화롭지 않은가? 도망치는 자가 없다만!
대피 명령은 내려진 것 같습니다. 다만, 지난번에 여러분도 보았다시피, 대피를 이미 한 적이 있어서요, 주 70시간 근무 제도에 지장이 갈 수도 있어서 그러나 봅니다.
<쉽지 않구나… 이런 곳에서 근무한다는 건…>
이해가 안 되는군. 어떻게 습격할 수 있다는 거지?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고 실험실로 바로 진입이 가능한 구조는 아니라 보았다만.
시간이 없으니까 올라가면서 설명하죠.
이의.
우리가 같이 올라가야 하는 이유 한 가지만 대 봐.
음. 계약 조건은 완수했다.
맞아요, 그런데 황금가지를 드리고 싶어도 눈앞에서 빼앗겨 버렸잖아요.
후… 모.분.말.도…
이거… 맞는 거야? 저기… 계약서엔 뭐라고 적혀 있어?
흠… 글쎄요, 제가 법조계 쪽으로는 약해서…
여태껏 한 마디도 지지 않던 삼조가 갑자기 안경을 바쁘게 닦기 시작했다.
삼.대.
삼조씨… 대답하시래요…
음?
삼.대…!
사, 삼조 씨… 이번엔 대가리를 깨버린다고…!
틀렸어. 지금 대가리를 깬다고 했다.
기, 긴급 상황입니다, 긴급!!! 어서 올라가시죠!
<이, 일단은 빨리 올라가자. 료슈…>
기어코 만.단.지.예…를 보여주겠어.
삼조가 황급히 우리를 위로 올려보냈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깔끔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내려앉아 있던 복도는…
이제 비명소리와 도망치는 사람들이 뒤섞여 아비규환 그 자체가 되어 있었다.
해방연합대원으로 보이는 자 앞에는 연구원 하나가 흐느끼며 매달리고 있었다.
도와주세요… 동랑님… 살려주세요…
제 직원이… 살려 달라고 하는데 놓아드릴 생각은 없나요?
원하는 게 정보라면 내어드릴게요. 내일이 회식이었는데 맛있는 고깃집을 데려가기로 해서요.
고기 대신 향냄새를 맡는 건 조금 불쌍하잖아요. 그렇죠?
정보. 필요 없습니다.
허, 이번엔 빈 몸이냐? 너네 싸울 깡도 없어서 대신 싸워주는 기계들이나 가지고 왔었잖아.
우리 쪽 로봇도 이제 필요 없습니다.
여기 좋은 게 많아 보이는데요.
…설마?
테러 단체의 적출을 명 받았다. 목표는 전 부위 적출.
후. 저희 쪽 숫자가 훨씬 많아요. 조금 치사하지만… 손쉽게 이길 수 있겠는데요?
란 님의 주요 분야는 기계 강탈이었습니다.
전투보단 '해킹' 특화형 이셨죠.
환영합니다. 언제나 당신의 안전을 위하는 K사입니다.
엇… 이거…
안전을 위하여, 전투 중 무단 이탈자 발생 시 조항에 따라 붕괴 앰플을 주입합니다. 120m 이내로 떨어질 시 발사되며 현재 약 49m의 잔여 거리가 남아있습니다.
…윽…
앞으로 5초 내로 적군에게 아무런 공격을 가하지 않는다면 조항에 따라 붕괴 앰플을 주입시킵니다. 4초 남았습니다.
<잠깐, 적군이… 우리가 된거야?>
젠장… 어쩔 수 없어…
…!
어째서…!
당연히… 붕괴 앰플을 맞고 싶지 않으니까. 난 살고 싶어…
현재 상태. 전선 이탈자 없는 쾌적한 상태. 재생 앰플을 받으실 분은 순서대로 줄을 서 주세요.
…그렇군.
저치 또한 자신과 우리의 목숨을 저울에 올려 두고 있는 자입니다. 전투를 허가해 주십시오.
<…알았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