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르게 밥을 먹은 지가 언제더라, 기계 덩어리 팔자가 더 낫네…
제공되는 식사는 모두 정량이에요.
그 정도 먹어서는 기운이 안 난단 말이야!
저 멀리서 히스클리프가 누구는 배가 불러서 이러고 있냐! 라고 외치는 것 같았지만, 로쟈는 들리지 않는 척을 하려는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 버스의 연료는 피나 단백질인가 봐?>
엔케팔린이에요.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에서 추출했던 에너지죠.
이전 L사 말이군요. 특이점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회사라고 들었어요. L사가 몰락한 지금은 잔해밖에 남지 않았지만.
맞아요. 그래서 지금은 구하기가 꽤 힘들어요.
하지만 메피스토펠레스는 신체에서 엔케팔린을 강제로 추출할 수 있죠.
<신체?>
나는 수감자들에게 무어라 지휘하는 오티스와 버스의 아가리를 번갈아 보면서 의문을 떠올렸다.
네, 엔케팔린은 뇌와 척수신경에서만 추출돼요. 특히나 생명 활동이 있을수록 효율이 좋죠.
그래서 베르길리우스가 되도록이면 죽이지 말라고 했던 거구나.
<그럼…>
'그럼 해당 부위만 먹여도 되는 거 아니야?'라기엔 피와 근육도 연료로 쓰일 수 있어요.
엔케팔린이 시동과 추력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나머지 생체 물질은 순항할 때 사용되죠. 엔케팔린이 되도록 천천히 소모되게 하기 위한 설계죠.
하이브리드이오.
파우스트는 이후로도 대부분의 연료는 지부에서 수급해오고, 항상 이런 식으로만 연료를 채울 수 없다는 부가 설명을 했지만…
머릿속에 제대로 들어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복잡한 문제네. 잘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고생이 많겠어.>
뭘요. 파우스트는 고생하지 않는답니다.
고생은 우리가 하고 있지… 이봐! 관리자 양반! 또 온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