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적당히 끝내라. 곧 손님이 방문할 거야.
베르길리우스가 버스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
<손님이라니, 누구?>
처음으로 가는 던전이니까 길잡이가 필요할 것 같아서요.
저, 혹시… 림버스 컴퍼니에서 오신 분들 맞나요?
서성거리며 근처로 다가오는 사람이 보인다.
맞나 보네요…
버스는 막 식사를 끝내고 남은 뼛조각을 으득으득 씹고 있던 참이었다.
담담하게 그 풍경을 바라보던 유리가 인사를 해왔다.
예전 L사에서 근무했던 유리예요. 잘 부탁합니다.
<예전 L사라는 건…>
그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이겠군.
네, 우리는 로보토미 코퍼레이션… 구 L사의 옛 지부들로 향합니다.
저라면 불러도 절대 안 왔을 것 같은데.
추락한 날개라니, 분명 끝이 좋지 않았을 텐데요.
무슨 소리야. 날개고 뭐고, 돈만 함께 라면 뭐든 유쾌한 기억이 된다고.
허어, 거기는 아직도 괴물로 득실댄다는 소문이 있던데.
괴물이 아니라, 환상체요. 어쨌든 사실이예요. 하지만 더 중요한 것들이 있죠.
지부 가장 깊숙한 곳에, 최근에 피어나기 시작한 L사의 기술의 핵심 정수가 존재해요.
단테, 며칠전에 내가 제안했던 걸 기억합니까. 성위를 새기게 해줄 거라고 말했는데.
정수… 황금가지를 모아온다면, 그 정도는 어려운 일도 아니게 될 겁니다.
아직도 성위라는 단어가 들리면 머리가 지끈거려 온다.
대체 ‘나’는 뭘 하려고 했던 거지?
억지로 떠올리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때가 되면 전부 알게 될 테니까요.
담담하게 말하는 파우스트를 향해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지금은 지금의 내가 생각할 수 있을 만한 것만 판단하자.
<그 로보토미라는 회사엔… 엔케팔린도 남아있겠군.>
아, 그러면 더 이상 사람들을 갈아… 넣지 않아도 되겠네요?
거기다가 운이 좋으면 E.G.O까지 얻을 테니, 일석삼조네요.
E.G.O? 또다시 모르는 단어가 흘러나와 고개가 갸웃거렸지만…
새로운 인물이 합류했는데 우리끼리 대화하고 있는 것도 옳은 일은 아닌 것 같아 보였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 건 나 뿐만은 아닌 것 같았다.
유리 씨는 무슨 일을 하며 지냈나?
그레고르는 최대한 사람 좋아 보이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새롭게 탑승한 승객에게 말을 붙여보는 것 같았다.
익숙지 않은 표정에 눈꼬리가 움찔거리는 것 같았지만, 모르는 척하기로 했다.
내가 보아하니 그대는 해결사일 것 같소! 그들에게서는 모두 고결한 영웅의 냄새가 난다고 하더군!
유리가 얕게 고개를 끄덕이는데, 이스마엘의 한숨이 짙게 깔려온다.
어디서 그런 소식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해결사는 그런 영웅들이 아니에요. 초라한 봉급자의 부질없는 냄새라면 몰라도.
…금세 다른 밥벌이를 찾는 게 쉽진 않았을 텐데, 용케 해냈군.
아직은… 계약직이에요.
아하. 굳이 다시 이곳으로 기어들어 온 이유도 그거였겠네요.
예전 직장으로 돌아가서 크게 한탕이라도 치면, 팀장 자리라도 주겠대요?
…실적을 세우면 계약 기간은 늘어날지도 모르죠.
그, 그렇지. 보통 계약직 시절은 실적 하나에 목숨을 걸어야 할 때니까.
하, 그것참 부질없는 목숨이네요.
(어이, 아까부터 왜 이렇게 비꼬는 거야?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어?)
…글쎄요,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에 안 드는 거 천지라.
유리라는 자는 그다지 타격이 없는 듯, 조용히 빈 좌석을 찾아 앉았고.
그레고르는 그런 유리와 이스마엘을 번갈아 바라보다, 뒷머리를 긁적이며 자기의 자리에 앉았다.
<도무지… 익숙해지지가 않는 사람들이야.>
빨리 배어드는 편이 편할 겁니다, 단테.
…카론, 출발하지. 손님께서 자리에 앉았다.
메피 배, 빵빵. 카론도 빵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