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입구가 보여요!
큭, 끈질기구만.
<빠져나가려면 다른 곳으로 신경을 돌려야 할 것 같은데…>
한 놈 던져주지 그래? 어차피 나중에 되살리면 되는데.
저를 왜 쳐다보는 거예요?!
<…잠깐만, 저기에…>
이곳은 내가 맡을게.
소냐?! 무슨 꿍꿍이야?
<로쟈! 그게 무슨 경우 없는 말이야? 우린 그걸 가릴 처지가 아니라고!>
보통 목적 없이 도와주는 놈들치고 꿍꿍이가 없는 놈들은 못 봤단 말이야.
…….
네가 도끼를 휘두르지 않고서 견딜 수 없는 날이 있었던 것처럼.
나한테도 설명하기엔 아득한… 우발적인 욕구가 있는 것 같아.
단테, 당신의 조직도 결국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곳인 거지?
<으… 으응?>
더 나은 세상이란 게 어떤 것일까.
나는 처음으로, 림버스 컴퍼니의 목적이 무엇인지 의문을 가졌던 적이 없었음을 떠올렸다.
다행히도 내 의문스러운 얼버무림은 소냐에게 닿지 못한지라, 그는 나름 긍정의 대답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침묵은 때론 긍정을 시사하지. 그렇다는 것으로 알고 있겠어.
그리고… 곧 그 아이가 당신에게도 찾아갈 테니.
<아이?>
어?
아… 죄송해요. 잘못 봤나 봐요. 순간적으로 저분 이마에…
그래, 네게도 흔적을 남긴 그 아이 말이야. 그리운 재회겠군.
소냐는 뒤를 돌아보며 무언가를 턱짓으로 가리킨다.
하지만 다음에 만날 때에도 이런 호의적인 충동을 일으킬 거란 기대는 마.
다수의 풍요를 위한 명확한 길이 보인다면 난 주저 없이 다른 쪽을 선택할 거야.
알 수 없는 말을 남긴 후, 곧이어 소냐의 유로지비들이 한 두 명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글쎄… 어쩌면 ‘잊지 않을게!’ 같은 감동적인 대사가 필요한 타이밍일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기엔 로쟈부터가 재빠르게 입구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로지온. 걱정되지는 않소?
뭐가?
결과 여하가 어떠하였든 저자는 그대의 벗이지 않았소.
아~ 걘 워낙 머리를 잘 굴릴 줄 아는 애라, 알아서 살 방법을 찾고도 남아.
…실로, 이상적인 벗이구료.
잠시 후…
기진맥진한 상태였지만 베르길리우스가 무섭게 눈을 부릅뜨고 있었기에 오늘의 여정에 대한 간단한 보고를 마쳤다.
…잘 들었다.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것이 남아 있군.
소냐… 라는 자 말인데. 그자가 추구했던 사상과 마지막에 보여준 행동은 서로 상충이 돼.
그러니 그자의 의도에 대해 명확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아 잠깐, 잠깐!!!
이상도 그러더니 왜 다들 나보다 소냐한테 관심을 가지는 거야? 어쨌든 황금가지를 가져오는 거엔 성공했잖아.
그리고… 모두, 이것 좀 봐~
로쟈가 주머니에서 한 움큼 꺼낸 후 와르르 쏟아 놓은 건 형형색색의 카지노 칩들이었다.
이거, 근처 카지노 아무 데나 들린 다음에 교환하면 바로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어.
우리 관리자님이 크게 한탕 하셨을 때 날쌔게 챙겨왔지.
<그 정신없던 소란 속에 저걸 슬쩍할 생각이 들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데.>
어때, 베르? 임무도 성공했는데 이번에야말로 육즙이 흘러나오는 투쁠 등심을 먹어야 하지 않겠어?
…어떻게 생각하지, 카론?
…으음.
메피도 먹고 싶어 하는 것 같아. 육즙이 흘러나오는 신선한 고기.
아, 비유를 해도 그런…
좋아. 10구의 골목 식당 추천은 로지온에게 맡기지.
알았어. 부릉부릉.
이제 좀 말이 통하네, 베르.
역시…
씨익 웃는 얼굴 너머로 눈빛은 어딘가 깊은 불안에 흔들리고 있었지만, 곧 너스레로 감춰진다. 감쪽같이.
나는 좀 쩐다니까?
대단하네. 유로지비.
그렇게 많은 적을 모조리 쓸어버린 것도 모자라서…
그 많은 돈을 전부 태워버리다니.
알잖아요, 헤르만. 옛날부터 돈은 제 친구가 아니였다는 걸.
인정하지. 보통의 몽상가들은 말만 번지르르하지만, 당신은 다르네.
황금가지를 잘 가지고 오기만 했어도, 칭찬까지 해줬을 테지만 말이야.
…로쟈에게 그 세상을 보여줬어요.
나를 반하게 만든 이상의 세상 말이죠.
하지만…
넘어오질 않았던 모양이군.
당신이 말한 방법은 역시 틀렸던 것 같네요, 헤르만.
그런 말 몇 마디로 꼬드겨질 인물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아쉽…니?
글쎄요…
옛날처럼 나를 따라주길 바랬던 것 같기도 한데.
아니, 옛날과 변한 게 없어서 차라리 다행인 것 같네요.
로쟈는 모든 게 이상적이고 완벽한 세상을 바라고 있지 않았어요.
오히려 그런 세상은…
자신이 특별하다는 걸 확인받을 수 없으니, 지루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외력에 흔들리지 않는 성인군자인가 싶었는데…
너랑 다를 바 없는 몽상가였네?
아직 그 아이도 가야 할 길은 멀은 거겠죠.
…로쟈는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하겠지만요.
이야기는 잘 알겠어. 이후의 행동 방향을 결정할 때 참고하도록 할게.
책망하지 않는 건가요? 난 당신이 시킨 일을 완수하진 못했잖아요.
나무란다고 해서 가지가 솟아나는 것은 아니잖아?
괜찮아. 지금 가지들이 어디에 있든…
최후에 가지 다발을 손에 쥐는 자가 누구인지 그게 더 중요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