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 너무 우르르 들어오는 거 아니유? 가뜩이나 좁아터진 가게구만...
트럼프로 볼거유, 아니면 마작 점으로 볼거유?
가게 안을 들어가자마자 맞이해 준 건 전당포 주인으로 보이는 노인의 퉁명스러운 인사였다.
저게 뭐라는 거냐?
…저만 J사 안내 책자 읽어온 거예요? 베르길리우스 씨가 떠나기 전에 한 번씩 읽어보라고 했잖아요.
뭐, 표지 정도는 봤던 것 같기도 하고...
이곳에서는 그날 하루의 운에 따라서 받을 수 있는 지불금도 달라져요.
대복이면 값을 더 치러주겠지만 흉에 가까워질수록 본전도 못 건지게 되는 거죠.
아~ 그러고 보니 우리 집은 아예 점을 보는 사람들을 정식으로 고용하기도 했어요.
집을 나오기 직전에 봤던 점에 대복을 뽑았는데, 이렇게 다 같이 만날 운명을 암시한 거였나 봐요.
와, 유복한 집에서 신선놀음이나 해왔던 게 당신의 운명이라니. 저도 다음에는 그런 운명으로 태어나길 기도해야겠네요.
난 사양이야. 저런 놈들이 알고 보면 더 더럽게 노는 법이거든.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저도 어렸을 때부터 제 동생 하고는 같이 놀기 싫었던 것 같아요. 맨날 반칙을 쓰면서 심술을 부렸거든요.
아니, 내가 말한 건 그런 뜻이 아니고!
다들 점 볼 거여, 말 거여?
그런데… 시방, 저당 잡을 걸 가지고 있긴 한 거여? 다들 행색이...
전당포 주인이 미덥지 않은 얼굴로 수감자들을 한 명씩 흩어 내리다가 내 앞에 멈췄다.
오호... 저 시계머리는 값이 되긴 하겠군.
얼마로 예상하는데, 영감?
<로쟈… 가격은 왜 물어보는 거야…>
연락받으셨을 진 모르겠지만 저희는 림버스 컴퍼니 소속으로...
불행히도 수감자들은 물론이고, 전당포 주인조차 파우스트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고 있다.
걱정했잖아요, 파우스트.
난장판이 된 전당포의 소음 속에서, 상냥하기 그지없는 사근사근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기로 한 시간은 4시였는데 15분이나 지나버려서. 당신이 시계 보는 법을 까먹었을 리는 없을 테고요. 그렇죠?
네, 버스를 운전한 건 제가 아니니까요.
아하, 그래서 이런 시계 인간까지 데리고 다니는 거야? 알람 기능까진 없었나 보네.
이젠 아예 업신여기는 기색을 숨길 의지조차 없는 목소리도 이어서 들려왔다.
<이봐, 너무하잖아. 처음 보는 사이끼리...>
수감자들 외엔 내 말이 들리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무례한 언사엔 매번 흥분하게 된다.
아, 너희야? 이번에 황금가지 탈환 작전 말아먹은 애들.
도시에서 손꼽힌다는 천재가 속한 팀이라길래 주위에서 기대가 많았는데.
어쩐지... 파우스트 씨 표정이 계속 안 좋아 보이던데.
제 표정은 항상 동일했어요.
야, 넌 왜 가만히 있어? 얘도 나름 두뇌파야. 무시하지 말라고.
히스클리프가 이상을 곁눈으로 가리키며 말했지만, 정작 이상의 반응은 시큰둥 했다.
그저 무의미한 자랑이기 때문이오.
너 지하에서만 해도 말 많지 않았냐? 왜 갑자기 또 이상해진 거야?
본인은 본래부터 이상이었소만.
이… 하. 됐다.
첫 번째 임무는 애초에 실패를 염두에 둔 계획이었어요.
각자의 잠재력을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그랬던 거였어?
처음부터 목표가 실패인 작전이라니, 작전이라고 부르기도 무엇하군.
베르길리우스 님은 어디 갔죠? 전 그 분 얼굴이라도 뵐 수 있을까 싶어서 작전에 합류하겠다고 한 건데요.
그분도 쪽팔렸겠지. 이런 애들이랑 같이 다닌다고 생각해봐.
큭… 그 자식, 일부러 멀찌감치 내려 준거였나? 우리가 쪽팔려서?!
…왜 비하 발언에는 반박을 아무도 안 하는 건데요.
그리고 자기소개라도 해야 잘난 척이든 허세든 의미 있어진다는 거 몰라요?
이번에 합동작전을 하게 될 분들이에요. 림버스 컴퍼니 클리어 부서, LCC에서 오셨습니다.
비포팀 까지 붙여주시죠. 아, 전 소드고 이 사람은 에피랍니다.
뭐, 우리가 박수라도 쳐줘야 되는…
와! 반가워요!
홍루만이 진심으로 반가워하며 그들을 환영했으며(실제로 박수를 치기 직전까지 갔다),
나머지의 반은 싸늘한, 반은 경계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는 걸로 인사 시간은 마무리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