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3D103B
11구 로보토미 지부 어딘가
히스클리프
…어디서 짐승이 기어 다니는 소리 들리지 않아?
뭔가가 바닥을 기어 다니는 소리가 들린다.
???
으… 으으으…
그레고르
저것들도 환상체인가?
이스마엘
자세히 봐요, 환상체가 아니에요. 인장이 박혀 있어요…
이스마엘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다.
자세히 보니 그들에게는 낯익은 인장들이 박혀 있었다. 심문관들에게서나 보였던 것이다.
파우스트
E.G.O 침식 현상이군요.
그레고르
그 기분 나쁜 상태를 말하는 건가…?
이스마엘
전투 중에 멘탈이 흔들릴 때 그랬던 것 같은데… 마치 뭔가에 잡아먹히는 것 같다고 할까요.
파우스트
우적우적 씹혀 먹히는 것과는 궤가 다르지만… 본질을 좀 먹어 들어간다는 것을 생각하면 괜찮은 표현이네요.
…그리고 이 장소는, 아까 층과는 다르게 의체들을 고문만 하는 장소가 아닌 것 같아요.
스스로 침식을 강행시키는 장소, 라는 말이 타당하겠군요.
침식된 이단심문관못과 망치
어… 으… 아…
비틀거리며 다가오는 그 무언가를 바라보며…
나는 복잡한 한숨을 내쉬었다.
고작 나 같은 시계 머리에 죽일 듯이 분노하면서, 시계보다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변모해가면서까지 살아야만 하는 걸까.
스스로의 자아를 잃고, 무언가에 덧씌워져 가면서까지.
그렇게 나를 없애 버리고 얻는 황금가지는…
과연 저들의 가치를 위해 사용되기는 하는 걸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황금가지가 어떤 결과를 불러올 것인지도 모르며 행동하고 있는 건.
저 볼썽사나운 침식자들과 나 또한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