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해는 거의 저물고, 어둠만이 완연히 뒤덮어 오고 있었다.
… … …….
버스엔 카론의 흥얼거림이 들려온다.
어딘지 모르게 낯익은 선율이었기에, 나는 어느샌가 그것을 속으로 따라 부르고 있었다.
아름다운 연주는 세상의 망가진 것들에게서부터 나옵니다. 아이러니한 이치죠.
내 고개가 버스 운전석을 향해 있음을 눈치챈 듯, 베르길리우스가 말했다.
허나, 온전히 음유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정작 그들의 몫이 아니니… 이 얼마나 억울합니까.
<…….>
카론, 오늘은 기분이 좋아 보이는구나.
카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기분 좋으면 노래를 부르는 거야.
그래.
하지만…
너는 오히려 울적할 때 그 노래를 흥얼거렸던 것 같은데.
카론, 그런 기억 없어.
카론은 즐거울 때만 노래해.
베르길리우스의 눈빛이 채도 낮은 어둠으로 채워지는 것만 같았다.
고독함을 색으로 찾는다면 주저 없이 고를 만한 그런 빛깔.
하지만 너무나 잠깐이었던 지라…
노을이 지나치게 강렬했기에 착각한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제 카론이 흥얼거리는 세상은 고요한 무채색입니다.
길고 긴 터널 속을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으니.
내가 모르는 나의 생애가 어딘 가에 존재하듯,
카론과 베르길리우스에게도 가혹한 추억의 심지가 있었을 것이다.
이런.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는 그만하기로 하죠, 단테.
당신의 업무는 나와 친분을 쌓는 것이 아니라, 저들을 관리하는 것이니까.
다시 쳐다본 베르길리우스의 얼굴에는 방금까지의 서글픔은 찰나에 불과했다는 듯, 옅은 미소만 남아있었다.
나는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인 후, 수감자들을 향해서 고개를 돌려 보았다.
버스는 아까 전부터 묘한 고양감에 잠겨 있었다.
자신들이 모인 이유, 황금가지를 처음으로 회수했으니 그럴 법도 했다.
수감자들은, J사에서 겪었던 무용담을 펼치기 바쁜 듯했다.
내가 그때 딱 카드 내는 걸 봤어야 했는데. 진짜 명장면이었다니까~
…저 이야기만 일곱 번째 들으니까 슬슬 지겨워져서 그러는데, 그래서 이번에는 어디로 가는 거지?
이번 목적지는… K사 둥지다.
아, 11구? 덕분에 평생 가보지도 못했을 곳 다 돌아다니네.
그곳에도 손에 꼽히는 대단한 분이 계신 다네! 아마 근처에 기념품 가게도 있을 것이야! 난 한정판 피규어 세트를 꼭 사고 싶었어!
오~ 거기 햄버그 맛있다고 유명한 프랜차이즈 식당 있지 않았어?
후… 요즘에는 세상 살기가 편해진 모양이군. 내가 임무를 위해 행군을 할 땐 입에 소금만 물고 가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게 말이에요. 제가 항해할 때 목구멍에 넘길 수 있는 음식이라곤 철 맛이 나는 통조림 수프가 전부였는데.
…치, 침 고인다~ 그렇지 않아, 료슈?
뭐, 지역마다 다를 피의 색을 생각하니 침이 고이긴 하군.
윽… 진짜 무슨 얘기를 못 하겠어. 꼬맹이! 너는 뭐가 먹고 싶어?
…….
로쟈는 이야기를 제대로 받아줄 사람을 찾지 못하자, 으레 그렇듯 싱클레어를 찾았다.
하지만…
싱클레어?
어머?! 얘, 얘 왜 이래?
하얗게 질렸군. 과호흡과 오한도 관측된다.
<어, 언제부터?>
베르길리우스 님이 K사라는 언급을 했을 때부터입니다.
<왜 진작 말 안 해줬어?>
…명령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뫼르소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듯한 말투로 나를 쳐다보았다.
소… 속이 갑자기 안 좋아져서요. 죄송해요.
진짜 괜찮은 거 맞아…?
<그러고 보니…>
<파우스트, 베르길리우스가 행선지를 밝힐 때마다 꼭 우리 중 한 명씩은 날 선 반응을 보이는 것 같은데.>
<그리고 도착을 해보면, 실제로 그자와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된 장소였고.>
<혹시 우리가 입사한 이유랑 관련이 있는 거야?>
…우리라고 칭하시는군요.
<응?>
미묘한 변화의 차이를 감지하는 것도 저의 주 임무라서요.
그리고, 수감자들의 입사 이유에 대해서는 상세히 알려 드릴 수 없지만…
저희가 가야 할 행선지와 수감자 각각의 신변이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필요가 없겠죠.
…기다 아니다부터 말하면 될 걸 쓸데없이 혓바닥을 길게 늘이는 건 배운 놈들 특기인가?
두괄적 발화가 언제나 옳지는 않아요. 파우스트는 그때그때의 가장 효과적인 방식을 선택할 뿐이랍니다.
두, 두… 뭐?
…배운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당신이 너무 못 배운 사람이라 파우스트의 말이 헷갈린다고 한 거예요.
큭…!
우욱…
히스클리프는 방망이를 부들거리며 파우스트에게로 나아가려 했지만…
별안간 싱클레어가 버스 바닥에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고.
버스는 그제야 소란스러움을 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