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낭술회에도 영지는 안 왔네.
날개에서 정식 초대를 받았대. 이번만 해도 두 번째랬나.
어느 날개였는지는 모르는 건가요?
그건 아무도 모르던데.
왜 못마땅해 하는 거야? 같이 가자는 영지 형의 제안을 한사코 거절한 건 너였잖아, 동백.
…….
꼭 아홉이라는 숫자에 집착할 필요는 없어. 여덟이 되면 어떻고, 다섯이 되면 또 어때.
있잖아, 동랑 씨는… 언제까지 그 동물병원 놀이나 할 셈이야?
영지 님이 소속되어 있는 단체라길래 기껏 바쁜 일정 다 빼고 왔더니… 웬 어린아이 장난감 같은 것 밖에 안 보이잖아.
오, 눌인. 오랜만이야. 고향 동지를 여기서 다시 보게 되어 반갑군.
우리보다 나중에 T사로 왔던데, 적응은 우리보다 더 빨랐던 모양이야.
그런데… 어린아이 장난감 같다는 말은, 좀 섭섭한데.
동물도 사람이랑 똑같이 아픔을 느낀다는 걸 너도 안다면, 그런 말은 함부로 못 할 걸.
뭐, 걔네들이 동랑 씨한테 돈이라도 물어오면서 은혜를 갚는다면~ 그때 취소해 줄게.
눌인, 이곳을 천박하게 기술이나 사고파는 경매장이라고 생각하는 거니?
몇 달 전만 해도 이 시대에 무슨 낭술회냐며 거들떠보지도 않던 주제에… 뭐든 콩고물이라도 얻어먹으려고 기웃거리는 거 아냐?
동백…
너 감싸주는 거 아니야. 저 자식이 너무 꼴 보기 싫어서 그런 거야.
그런데… 넌 왜 그렇게 동물들을 치료하는 것에 열심인 거니? 사람도 아니고. 나중에 뭐 해먹고 사려고?
잔소리가 심하네. 뭐, 닭집이나 할까?
뭐?
자, 들어 봐. 닭의 날개를 엄청 많이 만든 다음에… 아무 아픔도 못 느낄 방법으로 날개를 잘라내는 거야.
나는 것은 날개 한 쌍만이면 충분하니까. 그러면 사람은 고기를 먹어서 좋고, 닭은 아무것도 잃지 않아서 좋은 거지.
참나…
치킨의 이름은 무엇이오?
글쎄, 통통치킨 어때?
동랑, 너는 어디 가서 작명 같은 건 절대 하지 마. 알았니?
그때, 희미하지만 소리가 들렸던 것 같소.
균열의 소리였소.
고작 작은 균열 하나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넘겨버렸던 이유는…
어쩌면 못 들은 척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비스듬히 바라보다 스며들면 그만일 것이라는게, 안일함이었다는 생각을…
이제야 하게 되오.
그거 알아, 동백?
네 말도 내게는 딱히 위로가 되지 않았어.
오히려 눌인의 말이 내게 큰 깨달음을 주더라.
아무리 노력해도 당장 쓰이지 않는 기술이라면… 결국 누구도 거들떠봐주지 않는구나,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