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개념 소각기 아닌가요?
왜 이곳에 소각기가…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아니한 5인 이상의 기술 발명을 위한 민간 집합을 하려면, T사의 정식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공문이 내려왔다.
기술도 마찬가지다. T사 기술청에 허가받지 않은 기술은 모조리 압수당하겠지.
그리고 기술청에 등록되든 빼앗기든… 결국 어떻게든 우리 누구도 원치 않은 방식으로 사용되겠지.
그러니 그 전에, 우리 손으로 없애는 것이다.
아니, 이제 와서요? 혹시 우리 구인회 모임 때문에… 아니, 그 유리창 때문에…?
잠깐, 잠깐. 숨어서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는 발상이 함정이잖아? 혹시 모르잖아, T사가 허가를 해줄지도.
어리석은 질문이군. 구인회가 만들어진 목적을 잊었나? 우리는 순수한 탐구를 위해 모였다. 하찮은 날개의 노새 따위가 되려는 게 아니라.
고향까지 등지고 온 우리가, 고작 T사를 위해 지식을 넘기자는 건가? 인제 와서?
넓게 보자고. 넘겨받는 건 T사가 아니라 도시라고 생각되지 않아?
기술은 남들을 위해 쓰여야 비로소 가치가 생겨. 그전까지는 그냥 장난감일 뿐이고.
내가 만든 이 치료 기술 하나면, 최소한 이 도시의 몇백 명은 살릴 수 있을 텐데.
그런데 이 실체도 없는… 구인회라는 허상을 지키기 위해서 그걸 버려야 할까?
동랑, 네가 도시의 모든 사람을 구할 작정이 아니면 어설픈 시도는 그만둬.
고작 이런 기술로 전부를 구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난 진작에 모든 걸 바쳤겠지.
하지만… 그런다고 바뀌겠니? 여전히 구리고 엉망일걸.
…….
그러게, 내가 잘못 생각했네. 이딴 게 다 뭐라고.
와… 소각기… 진짜 잘 탄다. 이걸 만든 사람도 우리처럼 순수한 탐구만을 위했던 연구원이었을까?
동랑… 그대 정말 괜찮은 것이오?
아, 이것 봐, 이상.
우연히 뒷골목에서 신기한 물건을 얻었어.
K사라는 다른 날개에서 요새 생산하고 있는 물건이래. 액체처럼 보일 정도로 작은 나노 로봇의 군집이라는데, 이걸 주사하면…
아무리 으깨지고, 다치고, 뼈가 부러지고, 헤쳐지고, 도륙 나고, 토막 나도…
금방 다시 재생돼. 대단하지? 그러다가 어느 순간까지 도달하면 아무 고통도 안 느껴진다니까. 하하하.
그러니까 다쳐도 괜찮은 거였어. 나 혼자 무언가를 치료하려 고생하거나 마음 아파할 필요도 없었던 거지. 정말 멍청했다, 그렇지?
…동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