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의 안에는 시듦이 있었소.
지난 날처럼 순수와 감탄에 젖은 얼굴로 연구를 하는 이들은 이미 봉우리를 움츠렸고.
맞바꾸어 낯선 소리들이 대신 들어차기 시작했지.
일정한 발소리, 신분을 확인하는 태엽소리, 묵직하고 낮은 목소리.
왜… 구인회의 위치를 발각시켰지, 아능?
…누구라도 그랬을 거예요.
기술의 출처를 밝히지 않으면… S사로 강제 송환이 될 거라고 했단 말이에요.
그럼 고향 땅으로 돌아가서 너 혼자 혀라도 깨물고 죽었어야지!
이, 이 자들이 왜 저를 끌고 가는 거예요?
기술을 내놓지 못한 게 왜 죄가 된다는 거죠?
내 기술에는 가치가 없다면서! 당신 입으로 말한 거잖아, 영지! 도와줘! 끌려가고 싶지 않아!
…….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은 하나야.
내가 돌아가면 다 끝날 일이야. 유리를 내어주면…
네가 잡혀 들어가면 구인회도 끝장나. 유리 기술이 저들 손에 어떻게 놀아날지 알고?
절규하는 목소리가 공간을 맴돌아도, 변하는 건 없었소.
그렇게, 기술을 내놓지 못하겠다고 버티는 자와…
내 차례가 올 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다신 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담담하게 끌려가는 자와…
숨어 지내는 것도 이제 심심해졌어.
나만의 길을 걷기로 했으니까. 되도록이면 다시는 보지 말자고.
직접 자기 발로 나가는 자도 있었고…
바다를 닮은 아이를 만났어요.
유리와도… 거울과도 같지 않지만, 전 바다의 물결과 파도에 비친 것들이 좋아요.
수심을 알 길이 없으니 따라가기로 했답니다.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영영 행방불명이 된 자도 있었지.
그렇게… 겨울이 오고 있었소.
…….
괴로운 경험이었어요. 마치 정말로 구인회의 일원이 된 것 같은…
기억에 동화되는 것이니까요. 발자취의 영향을 당연히 받을 수밖에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