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야심가도, 탐욕가도 아니며 그저 기술을 사랑했던 아해에 불과했지.
처음으로 우리가 숨을 쉰다고 느꼈던 그날을 기억하오?
그때는 말일세,
그 숨만으로도 충분했었소.
아님 유독…
그날만 공기가 맑았거나.
눈앞이 연기와 먼지로 뿌옇다.
공포로 인한 비명 소리, 절망으로 인한 고함 소리, 단단한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 고통에 의한 신음 소리가 혼잡해서 들려온다.
시계를 돌려야 할… 시간이오.
수감자 가운데 유일하게 의식이 있던 이상이 힘겹게 말을 잇는 소리가 들렸다.
나머지 수감자들은 무력한 인형처럼 조각난 신체들과 함께 쓰러져 있다.
환상체에 의한 치명상이다.
그러나 이곳은 둥지 한복판.
환상체라는 게 본래… 로보토미 지부 안이나 던전에서만 만날 수 있던 존재가 아니었나?
하지만 방금 마지막 남은 수감자였던 이상조차 복부가 뚫렸기 때문에.
그런 의문을 제기하는 건 내 혼잣말이 되었다.
이번엔 어디를 가는 건가요?
어느 정도 일에 익숙해진 탓인지,
이젠 여행이라도 가는 듯 다음 목적지까지 물어오는 수감자도 있었다.
아니요. 이번 작전의 시작점은 장소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사람이라 하였소?
의뢰인이 계시거든요.
그건… 저희가 해결사 사무소처럼 외부로부터 의뢰까지 받는다는 소리예요?
오호, 벌써부터 의뢰가 몰아치고 있는 겐가? 훌륭하군! 곧 이름 날리는 해결사가 되어버릴지도 모르겠소!
조용. 질문에 대한 대답은 내가 한다.
너희도 알다시피, 황금가지라는 존재는 비교적 최근에 발견된 개념이다.
다행스럽게도, 일전에 거쳐온 J사나 D사는 황금가지에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았어.
그래서 뒷골목의 잡배들이 어슬렁거리거나, 변변치 않은 것들이 조직을 만들어 점령하곤 했지.
하지만… 일찌감치 황금가지의 존재를 눈치채기도 한 날개도 있지. 지금 우리가 있는 K사처럼.
으음? 하지만 K사에 있었던 황금가지는 우리가 이미 얻은 거 아니었어?
하나의 날개에 하나의 황금가지만 존재한다고 한 적, 없는 것 같은데.
로보토미 지부는 우리의 생각보다 복잡하다. 말 그대로… 가지처럼 곳곳에 뻗어 있지.
저희 집 지하실과 연결되어 있던 것처럼 말이죠…
황금가지에 대한 소유권은 아직까지 명확히 정의된 바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황금가지를 최초로 발견한 자에게 소유권이 넘어간다’, 라는 원시적인 규칙을 적용하고 있을 뿐이고.
뭐, 잠들어 있는 보물은 원래 먼저 찜! 한 사람이 가지는 거니까~
그래서… 황금가지 소유권을 조건으로 의뢰를 받았다는 소리인가?
정확히는, 그쪽에서 거래를 제안해 온 거지.
우리로서는 황금가지가 걸려 있는 의뢰이니만큼 선택의 여지는…
네… 없었겠네요.
그러니… 하, 이 얘기를 언제까지 반복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의뢰인에게 밉보일 행동은 하지 말도록.
<그런데 말이야…>
자, 그럼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닥치고 있도록. 늘 하던 대로 말이야.
<…….>
단테 씨가 무언가를 말하려는 것 같았어요.
<…고마워, 파우스트.>
아, 미안하게 됐습니다, 단테. 째깍거리는 것에 일일이 반응해 준다는 게 여간 익숙한 일은 아니니까 말입니다.
<…황금가지는 대체 어디에 쓰이는 거야?>
<생각해 보면 황금가지를 모아오라는 말만 들었지… 그걸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 라는 말은 듣지 못했던 것 같아서.>
…….
그가 황금가지의 쓰임새에 대해 묻고 있군요.
…호오.
드디어 반추라는 것을 하는 겁니까, 관리자 단테. 회사의 행보에 호기심을 다 가지시다니.
그렇다면 이 길잡이도 친절한 설명을 통해 관리를 도와야만 하겠군요.
황금가지라는 건…
말 그대로 가지입니다. 줄기에서 뻗어 나가고자 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가지라고 부르지요. 그리고 그 가지는 황금색으로 빛나죠.
호오오오… 과연…
돈키호테만이 고개를 끄덕이며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다.
덕분에 나는 졸지에 가지라는 단어도 모르는 무지한 인간이 되어버렸다.
로쟈 만이 무슨 대답을 기대했냐는 듯 어깨를 들썩인다.
베르, 길이 막혔어. 돌아가야 해?
…….
막혔다고요?
막다른 길은 이상한데요. 더군다나 K사 둥지 한복판에, 뭔가 소동이 생길 일이 있을…
이스마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버스 창문에 둔탁한 무언가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방금 버스에 부딪혀서 튕겨져 나간 거… 사람이었지?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 후두부에 큰 손상을 입은 것 같군. 부딪히기 전부터 죽어 있었다.
그래, 단순한 소동은 아닌 듯하군.
내려.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해결한 후 다시 돌아오고.
…그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면?
해결이 될 때까지 끊임없이 시계가 돌려지겠지.
<죽으러 가라는 소리를 우아하게도 말하는군…>
흠, 그럼…
전원 하차.
…….
왜? 어차피 이렇게 말할 거 아니었어? 대신 말 해 준 거잖아~
기대되네요, 이번엔 또 어떤 모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