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없는 대화도 끝에 다다를 즈음, 버스는 느긋한 브레이크 음을 내면서 멈춰 섰다.
우리가 내린 곳은… 몇 층인지 세려면 한참은 걸릴 것 같은 높다란 건물 앞.
몇몇은 기가 죽은 듯 어깨를 움츠렸고 (싱클레어는 그렇다 쳐도 의외로 히스클리프나 이스마엘도 함께 기가 죽은듯했다.)
몇몇은 신기한 듯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주위를 둘러보았으며…
몇몇은 응당 받아야 할 대우라는 듯 자연스러운 걸음새로 들어갔다.
후후, 저희도 인지도라는 게 생긴 모양이에요. 이제야 평범한 사람들이 살 만한 곳에 초대도 받고요.
말해두는데… 지난번처럼 터무니없는 의뢰랑 보수면 난 이 일에서 빠질 거니까, 그렇게 알아.
홍루의 말 때문인지… 아니면 그때를 다시 떠올렸는지, 히스클리프가 이빨을 으득거렸다.
아, 예상대로 조금 늦으셨군요.
<예상대로?>
저자는…
다시 만나 뵙게 되어 좋군요. 참고로 이건 비즈니스용 멘트가 아니라 진심입니다.
다신 보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익숙한 얼굴이 우리를 맞이했다.
…간다. 말했지?
<기다려!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라도 봐야 하지 않겠어?>
놔! 생닭들이랑 탱고나 추는 악몽을 꿔야 했던 기분을 네가 알아? 엉?
사실 지난번 의뢰는 여러분의 역량을 테스트하기 위한 사전의뢰였습니다.
훌륭한 점수로 통과하셨고요. 축하드립니다. 이것도 진심이에요.
누구 마음대로 테스트를 하고 점수를 줘?! 이…
그거야 물론…
그거야 물론 저의 똑소리 나는 비서, 삼조 씨 마음이죠. 여러분이… 림버스 컴퍼니로군요.
반가워요, 동랑입니다. 삼조 씨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팬이 될 뻔했지 뭐예요.
팬??? 팬이라 하였소, 방금?
립 서비스잖아, 돈키호테…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사전 테스트를 해보자는 건 제 생각은 아니었어요. 여러분, 실험용 닭도 아닌데 너무하잖아요.
네, 제가 제안했습니다.
그야, ‘림버스 컴퍼니’는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는 신생…이면서도 아닌 듯한 정체불명의 회사잖아요.
저희가 동랑 님 말씀만 덜컥 믿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의뢰를 맡길 순 없지 않겠습니까.
흠흠… 그러니까, 의뢰를…
이스마엘은 어딘가 뿌듯한 표정으로, 자신들에게 직접 의뢰를 발주했냐는 듯이 물었다.
그거야 당연하죠. 왜냐하면, 당신들은…
…….
아, 여기서 이러지 말고 제 연구실 구경하러 갈래요? 재미있는 거 많이 있는데.
<너무 노골적으로 말을 삼켜버려서 더 신경 쓰이는데…>
네? 동랑 님 연구실로 데려가신다는 말씀이십니까? 이 자들을요?
왜? 테스트는 통과했다면서, 삼조 씨.
더군다나 방금 환상체라는 것까지 처리할 정도로 실력자이신 분들이라면…
아하~ 알고 계셨소? 역시 영웅들이 지나간 발자취는 금세 소문이 퍼지는가 보군! 후후…
하하, 말을 재미있게 하네요.
아, 당신이 관리자인… 단테 님이라고 했나요? 잠깐 이야기 좀 가능할까요?
파우스트가 나서서 동랑이라는 자에게 무어라 말하려 했지만, 이미 동랑과 삼조가 저만치 나를 끌고 간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