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를 생각하면 나는 늘 둥실둥실 떠 있었던 것 같소.
그래, 마치 하늘을 날아다니는 듯한 기분으로 생을 견디고 있었지.
그래서 언제나 분명하지 아니한 것이오.
내가 그날을 후회하는지 감개하는지조차도.
<…이상 씨 …이상! 괜찮아?>
…….
이상이 천천히 눈을 떴다.
이들의 목숨은 이토록 가볍고 쉽게 돌아온다.
그래… 이번에도 어김없이 시간을 돌려주었구려.
<…….>
황금가지가 이상을 꿰뚫자마자 터지듯 퍼져나오는 빛이 모두의 시야를 잠시 가렸고,
그 사이 동백은 사라져 있었다.
사진 속에서 서로를 향해 웃고 있던 이들 역시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채로,
동랑만이 지금 벌어진 상황을 되새겨 보듯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동백은 틀림없이 저를 찌를 생각으로 기다리고 있었을 거예요.
제게 K사 직원 외에 조력자들이 있다는 건 슈렌느와 란 선배를 통해 알았겠지만…
그중에 이상이 있다는 것은 몰랐을 테니까.
아~ 일부러 이상 씨를 이곳에 데려온 건가요?
음… 제가 기습당할 걸 알고 방패막이를 데려왔냐는 건가요? 제 예측 능력은 보통이 아니긴 하지만, 예지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라.
결과적으로는 잘 됐습니다. 목숨을 노리고 찌른 공격이더군요.
뭔…? 무슨… 우리 동료가 대신 칼에 찔려서 죽다가 살아났는데 잘 됐다는 말이나 하다니…
저희 쪽에서 신체적 손해를 배상해야 할 부분은 없지 않습니까. 혹시 심리적인 문제라면 청구하셔도 되겠습니다만, 그건 처리 절차가 꽤 까다로워서 충분히 고려하시고…
아니 그러니까 지금 댁이 하는 말이…
되었소.
아픈 것은 한 움큼도 없소. 그러니 그만두시오.
시계를 돌리면 모든 것은 되돌아간다.
찢어진 옷의 자국도, 피와 함께 눌어붙었던 자국도, 조금의 흉터조차도 남지 않게.
그러나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묻는다.
<이상, 괜찮은 거 맞아?>
이전에 이상이 그러하오, 라는 대답으로 일축하는 바람에 더 이상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구보라는 자도 벗이라 칭하면서 수감자들과 함께 베어버리지 않았는가.
그래, 여직 궁금했겠군.
그리고 이번에는, 일축해 버릴 생각은 그에게 없는 듯했다.
한때 나는 구인회라는 단체에 몸을 담았소. 구보, 동랑, 내 가슴팍을 찌르었던 동백. 관리자, 그대가 뵈었던 면면들이 함께였지.
그러나 어느 날, 분해되었고, 흩어졌소. 각자가 갈 길로 날려 나아갔소.
그저 그랬을 뿐이오.
뭐야~ 그뿐이라기엔 너무 많이 빠진 것 같은데?
여차 저차해서 헤어졌고 어쩌다가 서로에게 칼을 휘두르는 사이가 되어버렸네~ 이런 거야?
아니면 처음부터 친구가 아니었을 수도 있겠죠.
그저 순간이오. 순간이기에, 뿐이라 함이 썩 들어맞소.
말이 많아졌다. 아니, 아직 그리 수다스럽지는 않지만 곧이어 수다스러워질 것임을 감각적으로 알 수 있었다.
언젠가… 본래, 그의 말수는 적지 않았다 말했던 파우스트의 이야기가 머리를 스치고 갔다.
<이상, 정말 괜찮은 거 맞아?>
언제나 괜찮았소.
본래 그랬다고 말했으니까, 지금이 정말 괜찮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감각은 그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이 맞다고 말한다.
<최근에, 그러니까. 뭐… 가장 기뻤던 순간이라던가 괴로웠던 순간이라던가 같은 건 없었어?>
…그대, 유독 오늘따라 내게 관심이 많구료. 썩 달갑지는 않으나… 그대가 평소와 상이하니, 내 대답은 해주겠소.
구태여 뽑아보자면, 최근에 가장 기뻤던 일은… 낭술회를 했을 때.
가장 절망스러웠던 순간은…
그대를 처음 만난 그 숲.
그곳에서, 끊어졌다 믿어 의심치 않았던 목숨이 재생되던 순간.
그리고 지금이오. 변치 않고 재생은 언제나 완벽하다는 걸 깨닫게 되는 지금.
어찌, 대답이 되었는가.
<…….>
이제, 걸음 해야 하지 않겠소? 갈 길이 멀어 보이는 것 같소만.
불현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