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철공회 보스의 처참한 잔해들을 최대한 밟지 않으려고 애를 쓰며 (싱클레어는 용케 헛구역질을 참아냈다) 엘리베이터를 탔다.
지난번 로보토미 지부에서 벌레 잔해에 제일 먼저 투덜거렸던 로쟈가 군소리 없이 지하로 가는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적막이 생기자…
소드가 기다렸다는 듯 로쟈에게 질문을 토해냈다.
…소망력도 사용하지 않고 어떻게 이긴 거예요?
아니, 그것보다 어떻게 이길 거라고 확신을 한 건데요?
어이쿠, 잠깐잠깐… 질문은 천천히 하나씩. 알겠지?
로쟈는 빙글거리면서 소드를 진정시키더니, 천천히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철공회 보스는 처음부터 콩콩이파 보스를 제일 경계하고 있었어.
어떻게 알았지? 그는 표정조차 읽기 불가능한 전신 의체였을 텐데.
당연한 얘기야. 애초에 콩콩이파 보스에게는 소망력 추출 기계가 있으니까.
이번 도박에서도 백이면 백, 쓸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겠지.
그럼.. 일부러 네가 소망 스티커를 부착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유도를 했단 말이야?
맞아! 그런 다음에 올인~ 을 외친 거지. 그쪽 눈에는 내가 터무니없을 정도로 배짱 있어 보여야 했으니까.
모든 도박은 다 기세로 판가름 나는 거야. 후후.
…….
봐 봐. 너희도 내가 소망 스티커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생각했잖아?
사실 소망 스티커니 뭐니 하는 것도 결국 바라고 기대하는 마음을 그럴듯하게 이름 붙여 놓은 거지 뭐.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확실한 사람에겐 그냥 괴상한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다고.
그럴 리가… J사의 소망력 특이점은 이미 광범위하게 증명된 정식 기술이예요.
수만명의 사람들이 소망력에만 목을 매면서 의존하고 있는데…
요즘 같은 시대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만큼 그럴듯한 것도 없겠지.
하지만 난 다르다는 말씀.
난 옛날부터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거든.
… 믿음이 있다는 건 마음이 곤두박질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오.
그 믿음,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겠소?
아 그거? 진짜 간단한 방법인데. 특별히 전수해 주지. 잘 들어.
오…
제일 쩌는 건 나니까, 누가 무슨 소리를 지껄이든 다 개소리구나! 하고 흘리면 돼.
확실히, 맞는 말이네요. 파우스트도 그렇게 생각하니까요.
…….
…묻지 않았던 쪽이 나았을지도 모르겠소.
<로쟈… 설마 내가 한 말도 다 그렇게 알아들은 거야?>
불행히도 승자의 기쁨은 오래 지속되질 못했다.
동굴에는 쉴 새 없이 들려오는 곡괭이의 메아리 소리와 금고를 삼엄하게 지키고 있는 경호원들이 보였고,
그건 호락호락하게 지하 끝까지 도달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는 일종의 경고 문구처럼 보였다.
잠깐만! 이러면 게임을 이긴 보람이 없잖아!
왜 이렇게 숨죽이면서 내려가야 하는 거야? 저 곡괭이질 하고 있는 노예들은 누군데?
우리가 소유권을 얻은 건 맞지만… 알다시피 신분을 증명할 것도 없고 엄밀히 말하면 저들한텐 우리가 침입자일 거예요.
금고를 앞에 두고 어정쩡하게 숨어 있는 우리들의 모습은 명명백백한 도둑의 모습이긴 했다.
어마어마하네요. 굴을 파는 중에도 알뜰살뜰 금고까지 만들어 놨군요.
아름다운 광경이네… 나 죽으면 꼭 저런 돈방석에 묻어줘. 마지막엔 지폐 냄새를 맡으면서 잠들 거야.
그러고 보니 아까 우릴 위아래로 훑어보던 그자와는… 아는 사이였나?
…고향 친구지.
<고향 친구라고 일축하기에는 사이가 영 찝찝해 보였는데.>
원래 동창회란 건 그런 거야. 우리 그렉도 지난번에 옛 전우들이랑 살벌하게 인사하지 않았어?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네.
철창들 속에 뭔가 움직이고 있네요.
애완동물이라도 기르는 걸까요?
…당신네 집에서는 철창을 부술 듯이 뒤흔드는 걸 애완동물이라고 말하나 보죠?
죄종들이군요.
<환상체를 길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
유리씨가 들었으면 기가 차서 코웃음만으로 세 명 정도는 날렸을 소리인데.
유리씨…
이론적으로는 가능해요.
인간에 준하는 지적 능력을 지니고 있고, 수차례의 실험을 거쳤던 검증된 관리법이 있다면요.
뭐… 성공만 한다면 훌륭한 경비견이 될 수는 있었겠네요.
어라? 이분들 자세히 보니 손가락이나 몸 일부분이 물어 뜯겨 있어요.
다행히 이번에는 ‘유행인가 보죠?’ 같은 시답잖은 소리는 하지 않았다.
…이런 게 유행인가 보죠?
<…….>
하지 않을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