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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골목길 한 가운데
싱클레어
정신을 차리니 햇빛으로 잔뜩 달궈져 뜨거워진, 한낮의 골목길 한 가운데였다.
난 그곳에서 멍하니 누워있었다.
길가 곳곳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데미안신비로운 전학생
싱클레어. 네 세계에 금이 갔구나.
싱클레어
내가 데미안을 봤을 때 종종 느꼈던 위화감의 정체를 알 것도 같았다.
어째서 그 아이는 항상 발걸음 소리가 나지 않았던 걸까.
왜 모든 건 고독하고 조용하게,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듯 고요하게 다가오는 걸까.
가족의 죽음도, 악의 세계도, 절망도…
그리고 너도.
데미안신비로운 전학생
두렵니, 싱클레어?
싱클레어
그는 내게 말했다.
모든 것을 관통하여 보고 있다는 듯이,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예정된 수순에 지나지 않는다는 듯이.
심지어 그는 알고 있는 듯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했다.
데미안신비로운 전학생
언젠간 전부 깨 버린 채, 박차고 오를 날이 오겠지.
나는… 전부 끄집어내진 너를 보고 싶어.
싱클레어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던 나의 속 대답이, 어떨 것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다는 듯.
그러나 그의 말은 온기가 가득한 듯하면서도…
제대로 익지 않은 칠면조의 차가운 내부를 씹는 것만 같은 서늘한 기분이 들어…
나는 다시 한 번 정신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