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버린 짐승이 달려드는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무서운 박력이었다.
뭐, 뭐야… 뭐가 달려오고 있는 거야?
앞으로 3초. 관리자님, 판단을.
<그… 글쎄, 나도 잘 판단이…>
놀라지 않은 건 우리 중 베르길리우스가 유일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놀라지 않았다기보단 올 게 왔다는 불쾌한 표정에 더 가까웠지만.
아, 역시 오시는군. K사의 대스타.
이죽거리는 소리와 함께 호쾌한 사내가 아수라장 속에서 등장했다.
모두 안녕하신가! 목격담은 얼마든지 올려도 되지만 사진 촬영부터는 K사의 공식 허가가 필요하네!
다만 30분 후에는 잡지 인터뷰가 있어서 길게는 시간을 내주진 못해. 섭섭해도 이해해주게!
왜 안 오나 했지.
날개의 월급쟁이가 되어버렸다지, 지크프리트.
하하하! 거, 비아냥거리는 말본새는 여전하시군, 그래!
코드 퍼플이 발동해서 부리나케 달려왔더니만 그대의 친구들이었나 보군!
친구 아니야. 이 소동 속에 나는 무관하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군.
그럼…
그래, 화끈한 정신 개조를 부탁하지.
무슨 이야기를 둘이서만 불길하게 속닥거려?
동감. 어디서 굴러온 놈이지?
하하핫! 보아하니, 꽤 구석진 골목에서 온 분들도 있나 보군. 좋아, 그렇다면 이번만큼은 특별히 사진 서비스도 제공해주겠어!
우리를 아주 길거리 추종자처럼 대하고 있군. 감히 이…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돈키호테, 왜 그래?>
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 저 자는!!!!!!!!!!!!!!!!
우리가 좀 바빠서, 1분 안으로 끝내줘. 저 시계 머리는 빼고 부탁하지.
음… 의체인가? 그렇다면 50초로 하지!!!
베르길리우스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그 광경을 음미하고 있었다.
<…….>
둥지에서 주제도 모르고 나대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깨달을 필요가 있지.
…단테, 지금의 당신은 기억이 안 나겠지만, 당신도 어쩌면 거물 같은 존재였을… 때가 있었습니다.
<내… 내가?>
상상이 잘 안되었다.
지금도 돌발 상황만 닥치면 허둥지둥하고, 수감자들에게 툭하면 무시 아니면 구박당하지 않나…
이제는 대놓고 의무병 취급이나 당하고 있는 처지인 내가 과거에는 발밑으로 여러 사람을 부리며 떵떵거리던 시절이 있었다니.
파우스트에게 진지하게 기억을 되찾을 수 있는 다른 방법에 관해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기억을 잃었다는 사실이, 당신의 관리 소홀에 대한 온전한 면죄부가 되어줄 순 없죠. 무슨 말인지 스스로 아실 거라 믿습니다.
<…….>
K사 입국 관문소의 직원들을 떠올렸다.
눈앞에 가족들이 생이별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절차상의 일로 취급하며 일말의 연민조차 내비치지 않았던 직원들 말이다.
비록 불의를 참지 못한 돈키호테가 총알같이 튀어 나가 모두를 곤경에 빠트리긴 했지만…
그걸 그냥 두고 보고 지나갔었다면 며칠 동안은 아마 평탄한 잠을 자진 못했을 거다.
그리고 히스클리프 역시 힘줄이 터지도록 무기를 움켜쥔 채 그 장면을 보던 모습을 보고 예측해 보건대,
돈키호테가 아니었어도 무사히 넘어갔을 린 없었다.
사실, 필사적으로 최선을 다해 돈키호테를 말리진 않았다. 그러니 최초의 책임은 내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베르길리우스의 말은 엄밀히는 틀리지 않았다.
<머리를 되찾는 것이 꼭 좋은 일만은 아닐지도 모르겠어, 베르길리우스.>
이거 참… 다음엔 꼭 마이크를 달아놔 달라고 해야겠군.
…알아들었다는 소리로 이해하겠습니다.
음! 46.5초! 오늘도 세계를 정의롭게 수호한 시간이었다!!
아, 무대는 끝난 모양이군. 시계 돌릴 시간입니다. 단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