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는 싸늘한 표정의 베르길리우스와 뾰로통해 보이는 카론이 있었고…
농담으로도 분위기가 좋다고는 할 수가 없는, 무거운 분위기가 차내를 감돌고 있었다.
늦었어. 카론, 백까지 셌는데도 너희 안 왔어.
카론.
카론은 새침한 목소리로 몇 마디를 더 할 생각이었던 것 같지만, 베르길리우스는 가볍게 카론의 어깨에 손을 얹고 눈짓했다.
베르, 카론은 지금을 기억할 것입니다.
미안해. 다음에 사탕 사줄 테니까.
카론은 군말 없이 운전석에 풀썩하고 앉았고, 베르길리우스는 천천히 우리가 있는 방향을 돌아보았다.
나를 포함해, 수감자들이 공통적으로 뛰어난 점이 있다면 위험을 피하는 눈치가 꽤 발달해 있다는 점일 것이다.
한데 뭉쳐있던 우리는 슬슬 자리를 피해 서로의 좌석으로 기어들어 갔고…
버스의 복도에는 돈키호테만이 불안한 표정으로 서 있게 되었다.
변명을 듣겠다. 돈키호테.
본인은… 핍박받고 있는 약자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
아니, 틀렸지.
순간적으로 무슨 일이 눈앞에서 일어났는지 파악할 수 없었다.
깜빡일 눈도 없으니, 분명 그 상황을 또렷하게 보고 있었을 터였지만…
커윽…! 끅…
정신을 차렸을 때는.
…여기까지. 원래 위치로 돌아가도록.
한없이 당당하고 의기양양하기만 했던 돈키호테가 금세 풀이 죽은 채 꼬리를 내리는 모습은 썩 유쾌한 광경은 아니었다.
저 돈키호테를 한 번에 입을 다물게 할 수 있다니…
대체 어떤 거래를 했던 것일지.
다른 놈들도 마찬가지다.
회사는 자아실현의 공간이나 사상을 설파하는 장소가 아니다.
취업규칙을 위반하면서도 돌발행동을 하겠다면, 자신이 치를 대가를 한 번쯤 더 생각하고 행동에 옮기도록.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하겠지만 죽지 못할 거고, 프리랜서가 되고 싶겠지만 퇴사가 불가능한 시기를 보내게 될 테니까 말이야.
아무래도 저 양반… 그 뭐더라, 자크프리더 씨한테 도움을 받은 게 심히 기분이 상했던 모양이군.
지크… 프리트 님이오…
본격적으로 작전 시작도 안 했는데 잔소리나 들었잖아~ 그러니까 눈치 좀 보면서 행동했어야지.
에휴… 언젠가 한 번은 이럴 날이 올 줄 알았어요. 앞으로는 다들 주의하죠.
둘 다 왜 나를 야리냐? 죽고 싶냐?
…….
…알았어, 알았다고! 쯧.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