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이 마무리되고 드디어 버스는 시동이 걸렸다.
창문 밖 풍경을 바라보는 이들의 표정이 점점 묘해져만 갔다.
저 인간들은 얼굴에 근심 하나 없어 보이네…
<지금까지 지나온 길들이랑은 너무 다른걸.>
아하, 그러고 보니 관리자 양반은 둥지 한복판을 지나오는 건 처음이겠어.
둥지랑 뒷골목은 수준 차이가 심하죠. 또, 둥지마다 저마다의 고유문화와 역사가 다르고요.
전원 집중.
이번에 갈 목적지는 K사의 ‘칼프’ 마을이다. 그곳 어딘 가에 로보토미 지부로 연결되어있는 통로가 있다는 정보다.
…!
‘칼프’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겨우 진정되었던 싱클레어가 다시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하지만 너희들이 전해준 정보대로, 제3의 세력들이 이미 그 지부를 점령 중인 상황이다. 그래서 클리어 부서에 추가적인 정찰을 요청했지.
비포팀의 사전관측 3과가 투입되었죠. 에피와 소드 씨도 함께하셨을 겁니다.
상황이 어떤지 파악이 되면, 그쪽에서 먼저 보고를 줄 거다.
어느덧 버스는 조금 한적해진 숲길을 따라 마을 입구로 들어섰다.
뒷골목에서는 보기 힘든 짙은 녹색의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하며 어느 정도 마음의 평안함이 찾아오고 있었던 것도 잠시,
저 먼발치에서 불길해 보이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왜… 저기… 연기가…
싱클레어…?
카론, 꺾어.
회피 기동. 덜컹덜컹.
갑작스레 버스가 좌측으로 심하게 틀어지더니, 이내 거대한 못이 날아들어 와 엄청난 소리를 내며 버스 뒤편 창문에 처박혔다.
뭐… 어떤 새끼야! 뒤질 뻔했잖아!
음… 이 정도의 가속도로 실험해 보진 않았지만, 창을 조금 더 튼튼히 덧댈 필요가 있겠군요.
우리를 향해 정확히 조준하고 던진 거다. 아까 비포팀들이 일컫던… N사의 직원이겠군.
베르, 메피가 다쳤어. 카론 슬퍼.
멈추지 않으면 더 할 기세군.
전원 하차.
버스를 내리자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때는 순백이었을 테지만 지금은 빛이 바랜 갑옷을 입은 자들이 우리를 막아섰다.
정차. 이 길로는 지나가지 못한다.
말로 하면 될 걸 유리창까지 뚫을 건 뭡니까? 나 참…
선전포고 없이 공격해놓고는 무례하군. 소속이라도 말해야 예의이지 않겠나?
우리는 이단심문관. 불경한 이를 꿰뚫는 못이요, 죄악을 두드려 다스리는 망치다.
N사… 나겔 운트 하머의 직원이라는 걸 어렵게도 말하네요.
…못과 망치라고도 불리죠.
지금은 이단 신봉자를 정화하고 있으므로 이 앞을 지나갈 수 없다.
이단? 이봐요, 우리는 단지 이곳을 서둘러 지나가고 싶을 뿐입니다. 그 뭐냐…
관광…! 관광버스라고요.
<…….>
순식간에 관광객들이 되어버린 수감자들은 조용히 서로의 눈을 쳐다보았다.
아까의 참사를 막기 위함인지 그레고르가 사근사근한 어투로 상황을 모면하려고 노력(하지만 대부분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하고 있었다.
단지 무해한 여행자로 보이기 위해 나름 친절해 보이는 미소까지 짓는 것도 잊지 않고.
그렉, 저번 광산 때부터 느꼈던 건데… 사실 이런 쪽 개그에 욕심 있는 거 아냐…?
그런 거 아니라고…
부들거리는 입꼬리가 애처롭기 그지없다.
그렇다면 그대들의 순수성을 증명함이 바르리라.
좋아, 방법을 알려주면 못 할 것도 없지.
돌연히 그자가 내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불경한 여행자의 머리를 베어내라.
<나… 나?!>
그리고 우리 망치의 앞에 무릎 꿇고 봉헌해라.
그렇다면 그대들은 때 묻지 않은 자이며, 여정에 불이익 또한 없을지니.
물론, 그 불결한 차량도 두고 가야 할 것이다.
보자 보자 하니까 무슨 헛소리야? 야, 아무리 우리가 핫바지처럼 보인다고 해도 그런 걸 들어줄 것 같냐?
발끈한 히스클리프가 제일 먼저 무해한 여행자의 역할을 그만두었다.
<히스클리프… 날 그렇게까지…>
같잖지도 않은 것들이, 쯧. 어디서 나보고 무릎을 꿇으란 거야?
<…….>
그러자 심문관을 자처한 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그렇다면 그대들은 이단이다.
그 말을 끝으로, 심문관들이 일제히 공격 태세를 취하듯이 자리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