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상대였어요. 저자가 완전히 정신을 차리기 전에 우선 도망치죠.
수치스러운 소리를 잘도 지껄이는군. 승기를 잡은 군인은 적을 두고 꽁무니를 빼지 않는다.
지금 군인 정신이 중요할 때예요?
<이스마엘 말이 맞는 것 같아. 저자는 우리 실력으로 상대하기 버거워.>
…철수하겠습니다.
오티스가 내키지 않는단 표정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싱클레어, 크로머 라는 자가 말한 ‘네가 알던 그 곳’이라는 게 어디야?>
그… 건.
싱클레어는 여전히 몸을 떨면서 공포에 마음을 빼앗긴 듯 해 보였다.
하지만 이를 갈고 있던 싱클레어에게는 그를 앞서는 분노도 담긴 듯했다.
문득, 마음속에 피어난 생각이 있었다.
<이제는 말해야 해. 싱클레어.>
<네 이야기 하나로, 우리가 죽을 횟수를 절반은 줄일 수 있을 거야.>
작전의 성공률도 올라간다. 효과적인 정보를 기대하지.
…이 행동이 관리자로서 옳은 행동이 맞겠지.
나의 이야기를 들은 싱클레어는 고개를 빠르게 젓고 크게 호흡을 들이키더니, 어렵게 입을 열었다.
…우리 집이요. 크로머는 분명 그곳에 있을 거예요.
너, 그 자식이랑 아는 사이였냐?
젠장, 하도 귀가 찢어질 듯 웃어대서 머리가 다 지끈거리네.
…학교에서 만났어요.
저런, 혹시 친구였어? 친구라면 잘 타일렀으면 좋겠는데…
친구 아니에요. 크로머는 우리 가족들을 죽였어요.
…….
미안해.
나무에 매달린 의체 머리 하나가 아주 천천히 우리 쪽으로 움직였다.
의체에 새어 나오는 불빛은 조명처럼 간간이 깜빡이고 있었다.
싱… 클… 레… 어. 칙… 치직…
왜… 돌아… 온 거니…
…싱클레어, 이웃들이야?
조각조각이 나버린 의체들을 바라보며 로쟈가 물어왔다.
그런 것 같아요… 아니었으면 좋겠지만요…
불꽃이 타닥타닥 피어오르는 전선들을 어두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싱클레어가 대답했다.
간신히 소리를 내던 머리는 곧 무수한 잡음만 낸 채 멈췄다.
그러더니 곧 노래 하나가 울려 퍼진다.
고요한 밤…
매달려 있는 머리들로부터 모두 같은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다.
껍데기만 남은 각양각색의 머리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성가는 불길과 함께 내려앉는다.
거룩한 밤…
이들에게 이단이란 건… 역시 의체 보유자를 말하는 것이군요.
도시에 의체 보유자들이 보이게 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들의 모습을 보고 이질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많죠.
…저희 마을은요.
저희 마을은… ‘K사 의체 산업의 성지’라고 불릴 정도로, 주민 대부분이 하이엔드 의체 부품 제작에 종사하고 있었어요.
크로머는 오래전부터 계속 우리 마을을 주시했던 거예요.
네 가족도…
네, 저희 아버지는 신생 의체 회사의 대표였어요.
그래서…
아니.
제가 보기엔, 이 자들에게 그런 거창한 사상 따위는 없어요.
그냥… 그냥, 광기와 폭력에 매료된 미치광이죠.
이스마엘의 일갈이 있었고.
이웃들이 내걸린 크리스마스트리를 한참 동안 바라보던 싱클레어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관리자 님, 예전부터 여쭤보고 싶었던 게 있어요.
<뭔데?>
그… 기분이 어떠세요?
<기분?>
네.
머리 대신 의체를 달고 있는 기분이 어떻냐고요.
그런 식의 질문은 처음 받아보는 것이기에 잠시 당혹감을 느꼈다.
문제는 의체를 지니기 전의 기분까지는 내가 알 리가 만무하다는 것이다.
<으음… 그게…>
아! 그, 저… 따지려 드는 게 아니라요.
…무, 무례한 질문이었겠죠. 죄송해요.
<아니야, 괜찮아.>
다른 수감자는 이보다 억겁은 더 무례한 언사를 뱉어댔는데, 뭐.
<어차피 머리가 바뀌기 전의 기억은 없어서… 대답해 줄 수도 없는걸.>
그러시군요…
항상 궁금했어요. 머리 대신 다른 것이 자리를 잡았을 때의 기분은 어떤지…
가족들은 모자를 쓰고 시계를 걸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지만…
저는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도 잘 상상이 되지 않더라고요.
그 덕에, 저만 유일하게 살아남았지만요.
<어린 나이였을 텐데, 의체 시술이 무서울 만했겠지. 그런 걸로 죄책감 가질 필요는 없어.>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에요…
전 단테 씨 생각처럼 그렇게 무고한 사람이 아니에요…
싱클레어가 조용히 고개를 떨궜다.
대답할 말을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뾰족한 위로는 솟아나지 않았고.
타닥거리고 지직거리는 불쾌한 잡음만이 도로를 메울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