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한 구석에는 의체들이 쓰레기장처럼 쌓여 있다.
그중에는 아직 의식이 꺼지지 않았는지 괴로운 신음을 흘려 대는 이들도 간간이 보였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가슴팍을 못으로 관통시키는 심문관들이 멀리서 보였다.
심장을 꿰뚫었을 텐데, 신체는 아직도 박동합니다.
필시 철로 덧댄 심장일 것이다. 인간의 본연 되는 부분조차 이단으로 물들었군.
불결하도다. 살과 뼈를 모독하고 있는 모습이라니.
심문관은 신성한 의식이라도 진행하듯 품속에 있는 병을 꺼내 내용물을 정성스럽게 뿌리기 시작했다.
멀리서 풍겨오는 지독한 냄새로 미루어 보건대, 그건 기름이었다.
사람의 기름을 머금거라, 이단의 신체여.
흙으로도 돌아가지 못하는 자, 연기로나마 흩어져라.
불이 붙은 성냥이 쌓여 있는 의체들을 마주하자, 불꽃이 거세게 일었다.
곧 불꽃이 튀는 소리와 함께 매캐한 냄새가 온 사방을 덮는다.
그건 살이 타들어 가는 냄새와는 조금 다르다.
타닥거리는 소리와 함께 희미하게 깜빡이던 의체들의 불빛에, 마침내 암전이 찾아온다.
입으로는 정화를 말하면서, 지옥을 창조해 놓았군요.
못과 망치는 언제나 인간성을 해석하는 데에 몰두하고 있었다.
고통도 응당 겪어야 하는 경험이라며 의체를 달고 있는 인간을 비난하던 자들도 있었지. 이렇게 행동으로 드러냈던 적은 없었지만.
아까부터 들었던 생각인데… 왜 그렇게 N사에 대해 빠삭한 거야, 당신?
…내가 N사 직원이었으니까.
엥…? 저것들하고 같이 일했다고?
저들과 같이 일한 적은 없지만, 소속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렇다.
그러고 보니 뫼르소에게서 이야기를 듣는 건 처음이었다.
그는 언제나 자신의 이야기를 삼켰다.말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는 걸지도 몰랐다.
왜 진작 말하지 않은 거야? 그럼 당신도 저런 괴상한 무기를 지니고 다녔어?
굳이 이야기할 필요가 있나?
뭔… 야, 그럼 내가 너랑 저 새끼들이 같은 편인지 아닌지 어떻게 구분해야 하냐?
난 말이야… 관리자 저놈을 ‘시계 대가리’라고 부르고는 있어도, 머리를 자르고 불태워도 싼 놈이라곤 생각하진 않아.
말만 번지르르하게 정화니, 뭐니 하고 있어도 내 눈엔 그냥 사람 죽일 명분이 필요했던 미친놈들이 보일 뿐이거든?
말해봐. 너도 저 새끼들이랑 똑같냐?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하던 시기도 있었지.
같은지 다른지 답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그럼 지금이라도 답을 내놓아 보란 말이야! 넌 관리자 놈이 명령이랍시고 마을 사람들을 모조리 쳐잡아 죽이라고 하면 그대로 따를 셈이야?
꼭 답을 내놓아야만 하나? 그 일이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도움을 주진 않는다.
사원은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규칙이다. 베르길리우스, 그자가 내놓은 취업규칙에도 적혀있을 텐데.
관리자가 행하라고 하면, 행할 뿐이다. 내 생각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제공하겠지만, 그럴 필요도 없는 상황에서 나불대는 버릇은 없다.
…뭐? 너 돌았냐? 너야말로 머리를 깡통으로 교체한 놈들이랑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단백질이 16%, 수분이 60%, 무기질 7%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선 명확한 차이를 띄지.
또한, 불필요한 중금속은 나의 구성요소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 또한 차이다.
히스클리프의 표정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가뜩이나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던 뫼르소라는 수감자와 더욱 거리가 멀어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전, 예전부터 쭉 궁금하긴 했어요.
단테 님을 정말 ‘인간’으로 봐야 할지 말이에요.
그게 무슨 소리지?
그러니까… 단테 씨가 말하는 건… 단테 씨가 아니라 저 시계일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뭐? 우리가 진짜 시계 따위한테 명령받고 있었다고?
어휴… 정말 멍청한 발언들이네요. 반박할 의욕도 안 생겨요.
그래도 전 지금의 시계 머리를 한 단테 씨가 좋아요.
나도 그래. 그냥 머리를 되찾지 말고 평생 이 머리대로 있으면 안 돼?
그럴 리는 없겠지만, 진짜 머리를 되찾은 단테가 갑자기 엄청 못된 놈이었다거나 하면 어떡해.
뭐, 우리 중에 관리자 양반의 과거에 대해 알 법한 자는 한 명밖에 없지.
그레고르의 눈이 자연스럽게 파우스트를 향해갔다.
…그 부분에 관해선 기밀 사항이에요. 심지어 보안등급 최상이죠.
<…그리고 아마 나조차도 접근할 수 없는 사항일 거 같네.>
당연하다.
원래의 내가 어땠는지에 대해 알 길이 없으니, 홍루의 가벼워 보이는 그 한마디에도 명확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쩌면 그의 말마따나 내 본체는 시계 그 자체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파우스트에게 물어본다고 해서 답이 나올지, 그게 정말 진실일지 구별할 능력도 나는 없다.
진짜 ‘단테’는 어딘가에 숨겨져 있고, 스스로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믿을 정도로 고도화된 무언가를 데려와서 역할을 대체시켰을 가능성도 있지 않은가.
고민해봤자 답이 나올 이야기는 아니었기에.
<몰라, 진짜 내 머리를 찾게 되면 이 시계는 벽에 걸어 두던가.>
이스마엘은 정말 그런 식으로 넘겨버릴 거냐는 질책 섞인 눈빛을 보냈지만, 곧 어깨를 으쓱했다.
뭐, 사실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