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클레어의 집은 마을에서 가장 안쪽에 있는, 제일 커다란 저택이었다.
멀리서도 그 저택이 불길에 거세게 타오르고 있다는 것이 한눈에 보였다.
잠깐동안 이 마을이 한창 평화로웠을 시절에 대해 상상해 보았다.
그러니까, 마을에 진입하기 전부터 보였던 나무들이 지금과는 다르게 푸릇푸릇한 잎사귀를 가지고 있었을 시기 말이다.
그 시기의 싱클레어가 어떤 모습이었을지.
혹은 모두가 죽었을 때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행복 혹은 절망 둘 중 어느 것 하나 나는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나는 싱클레어가 앞으로 인사를 건넬 불행에게 조금은 덤덤해지길 바란다.
정말… 심하네요, 이건…
한 때는 드넓은 정원이었을지도 모르는 마당이 지금은 높이 솟은 못들로 빼곡히 메워져 있었다.
장대같이 높이 솟아오른 수많은 못에는 가지각색의 의체들이 꽂혀 있었고,
집은 그 모든 걸 집어삼킬 기세로 거세게 타오르고 있었다.
모두의 눈이 의체들에게 박혀 있는 와중에,
싱클레어의 시선은 마당의 한구석을 향했다.
무덤, 들이… 파헤쳐져 있어…?
시선을 따라가 보니, 무덤 세 개가 마구잡이로 헤집어져 있었다.
싱클레어의 표정만으로도 그 무덤의 주인이 누구인지, 수감자 모두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부관참시라니, 마귀가 따로 없구료.
아버지와 어머니, 누나.
언젠가 싱클레어가 말했던 가족 구성원의 무덤이다.
잠깐… 거수자 한 명, 전방이다.
휘파람 소리…
크크큭,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웃기잖아.
불타오르는 집의 안에서부터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어떻게 들어도 사악하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웃음을 흘리며.
<그럼…>
관리자님, 저는 사람을 최대한 고통 없이 보낼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쓰였던 적이 많은 기술이라 말이죠…
명령을 요청해도 되겠습니까?
그레고르와 이스마엘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들 또한 나를 쳐다보다가… 약속이라도 한 듯 고개를 떨구며 입술을 꽉 물었다.
나는 그것이 무얼 뜻하는지 알고 있었다.
…편해지도록.
오티스의 옷깃이 스치는 소리가 있었고.
적막이 뒤를 이었다.
그리고, 그 적막은 크로머의 폭소로 순식간에 찢어발겨진다.
풉… 푸하하하하!!
아.
동시에, 무언가 깨어져 나가는 소리도 들리는 듯했다.
어차피 다 같은 꼴이 될 텐데, 챙겨주는 꼴 진짜 웃긴다!
싱클레어, 이러니까 옛날 생각나지 않아?
그때, 네 표정도 진짜 볼만 했었는데.
크로머.
너는 죽어야만 해.
응. 그게 맞는 것 같아.
너는 내 손에…!
그때, 바닥에 못이 천천히 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귀도라는 작자군.
전력을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금세 회복이라도 한 건지 걸어오는 모습에는 어떤 부상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
그 모습이 수감자들의 진력을 단숨에 빠지게 했고…
다들 마땅히 할 말을 찾지 못한 채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탄식을 뱉어낸다.
귀도, 나머지는 왜 처리를 못 한 거야?
용서하십시오, 쥐는 자시여. 제가 미력하였기에.
항상 경계해야 해. 저 망할 철판 떼기 머리에는 뭐가 숨겨져 있을지 알 수 없거든.
명심하겠습니다. 쥐는 자시여.
재회는 끝났으니까, 나는 다시 돌아간다.
크로머는 뒤를 돌아 불이 타오르는 집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크로머!!!
돌아와! 내가… 널! 이 손으로 쥐어 잡고…
아니지. 싱클레어.
항상 그랬지만…
집어삼키는 것이 화마인지 크로머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크로머는 입꼬리를 길게 늘여 웃는다.
그리고는…
쥐는 건 나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