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아아아아!!!
야 너…!
미처 저지할 새도 없이 싱클레어가 사라진 크로머를 뒤쫓아 달려 나갔다.
하지만 그 시도는 주위에 남아 있던 N사 심문관에 의해 저지당한다.
싱클레어가 평소 같았으면 상상도 못 했을 속도로 무기를 휘두르며 자신을 붙잡는 자의 머리를 박살 낸다.
미처 단말마가 나올 새도 없이 심문관은 땅으로 털썩 쓰러진다.
대열을 짤 때는 대개 맨 뒤만 고수하던 싱클레어가 돌발 행동을 하는 건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뭐야? 너 이럴 거면 왜 여태껏 뒤에서 꿈지럭거렸냐?
본인은 그대들의 숨을 멎게 한 기억이 분명하게 있다.
두개골의 틈새로 흘러나온 뇌 조각을 똑똑히 보았다.
그러나 그대, 이단들은 지금 땅을 밟고 본인의 앞에 서 있군.
오히려 터무니없이 멀쩡히 서 있는 건 그쪽 같은데…
귀도라는 자는 수감자들 사이에 서 있는 나를 찬찬히 바라본다.
그리고는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귀하, 이단의 머리인 자여.
필시 귀하가 신봉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는 것이 틀림없군.
그러더니 수많은 못에 박혀있는 시체들을 고갯짓으로 가리킨다.
저자들은 불결한 몸으로 신성 의식의 중심지에 침입을 하는 대죄를 저질렀다.
그리하여 이단과 동일한 처벌을 가했다.
스스로의 의지 없이 기계라는 이물을 몸에 틀어박은 치욕도 겪게 했다.
하지만 그대들은 다르다.
이단을 신봉하던 죄는 이단의 죄보다는 경하다.
하여, 그대들이 참회하고자 하고 마음을 씻어낼 수 있다면.
우리 망치는 그대들을 용서할 용의가 있다.
그러니 유혹을 마주한 불쌍하고 어리석은 죄인이여.
그 거짓된 기적을 뿌리치고 빠져나와 내 앞에 무릎을 놓이도록 하여라.
분위기는 완전히 가라앉았다.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다들 나한테 현혹되고 있었던 건가? 나만 몰랐네.>
돌연 어색해져서 분위기를 깨보고자 부러 농담을 던져보았지만 아무도 웃지 않는다.
단테 씨… 저자의 말은… 당신을 모욕한 거잖아요. 인간 취급도 안 하는 거라고요.
<하지만, 너희도 나를 종종 시계 대가리라고 부르는걸…>
그거랑 다르잖아요! 심지어 저는 그렇게 부르지도 않았…
이스마엘이 씨근덕거리며 말을 삼킨다.
그럴듯한 말만 대충 질러버리면 다 되는 줄 아나 본데…
빠져나와야 할 놈은 너야. 가면쟁이. 머리가 멀쩡하게 달려있는데도 그런 생각을 하냐?
…….
기회는 충분하게 제공하였다.
그대들 또한 매달리고 꿰뚫린 자들과 다를 바 없군.
나는 망치.
쥐는 자께 충성하여 이단의 몸을 꿰뚫는 대업을 맡는 도구.
내 너희를 못에 꿰어, 흙에서 가장 먼 곳에 위치하게 하리라.
죄를 참회하지 않는 자…
야, 그 개같이 긴 시비는 언제 끝나냐?
…흙으로도 돌아가지 못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