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봄날, 나는 조그만 거울을 하나 만들었소. 그걸 ‘연심’이라 이름 붙였지.
그리고, 수많은 잡음과 훼손을 덜어내다가 우연히 잡힌 신호.
연심 속에서 비로소 그대를 만난 것이오.
구보, 너도 뭐라고 좀 말 해봐. 구인회에 들어온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그렇게 우두커니 손님처럼 있어?
…이미 모두가 입을 모았는데, 무슨 말을 더하라는 말이오.
…깍두기면 깍두기답게 넉살이라도 떨던가, 새초롬하긴.
그렇구나… 이것이… 네가 세상을 보는 방식이구나.
…내가 보는 세상이라.
그거 알아? 모든 기술에는 만든 사람의 낭만과 소망이 숨어 있대.
그걸 찾아내는 것도 구경하는 자들의 묘미야. 알아 두면 좋을 거야.
이상, 그래서 자네는 이 기술로 무엇을 해볼 참이야?
무엇을… 해 본다니?
영지 형의 유리창은 벌써부터 세간에 소문이 돌고 있는 모양이야. 다른 둥지의 연구원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더군.
참… 이곳을 구경하러 오는 손님은 별로 없었는데, 이젠 차례로 줄이라도 서라고 번호표를 뿌려야 할 판이야.
그러니까 여기서 네 기술까지 발표한다면…
동랑, 나는 이것을 발표할 생각이 하등 없소.
…없다고? 전혀?
그저…
우리끼리 웃음을 터뜨리는 순간으로 간직하면 어떨까, 싶소.
…….
야, 너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풉… 이상. 너, 이제까지 본 것 중에 두 번째로 웃겼어.
첫 번째는… 그 있잖아, 누렁이한테 우유 먹이고 있었는데, 갑자기 쟤 머리를 핥아 가지고… 큽…
그러게, 나도 동백이가 그렇게 박장대소 한 건 처음 봤어.
그… 그건… 이제 묻어두는 편이…
사람의 눈동자는 참으로 반짝거리고 뜨겁소. 사뭇 데일 것만 같아, 나는 그것을 부러 비껴보곤 하였지.
하지만 대상을 직선으로 보지 않는다고 하여, 고깝게 여긴다는 것은 아니오.
바라보지 않아도 스며들 수는 있으니.
그런데 저거… 우리가 쓰고 있는 거울이랑 같은 거야?
엄밀하게는 비슷한 것이죠. 림버스 컴퍼니에서는 특수하게 개량된 거울을 사용하고 있어요.
엄청난 걸 발명했었네, 이상 씨…
나나 영지 형이 한 것은… 발명이 아니라 발견이오.
T사는… 허가없이 다른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기술이 만들어졌다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세계를 엿보는 것이 중한 게 아니라, 허가받지 않았다는 것이 중한 것임은 알고 있겠지.
짐작은 하고 있었으나…
우리끼리 놀이라고 생각하였기에 괜찮을 거라고 여기었지.
참으로 안일한 결정이 아닐 수 없었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