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이 감지되었습니다. 직원 여러분들은 신속하게 책상 안으로 들어가 몸을 보호하시기 바랍니다.
…….
아… 잘못 발사됐다.
2차 폭발이 감지되었습니다. 직원 여러분들은 각자 소지하고 있는 재생 앰플을 활성화시킨 후에…
18초 내로 도착할 K사 경비들을 기다려, 기다, 기다…
저 멘트는 여전하네. 왜 저런 말은 항상 차분한 목소리로 말해야 하는 걸까?
숨이라도 헐떡이면서 말해야지 사람들을 대피시키는데 효과적이지 않겠어?
역시 기술이나 과학 같은 것에만 몰두해서 눈이 멀어버리면 감정에 공감하려는 노력은 없어진다니까.
…말이 너무 많아. 조용히 해.
모두 무사하십니까? 혹시라도 무사하지 않은 분들은 재생 앰플을 받아 가시면 됩니다. 교차 적합 검사를 받아야 하긴 하지만 일단 급하니…
…태연하네. 보통 테러가 벌어지면 단체로 혼란에 휩싸이지 않나?
첫 테러엔 모두가 우왕좌왕했었죠. 그땐 폭발 감지 안내방송도 없었거든요. 삼조 씨가 그때 책상에 한참 동안 숨어서 안 나왔는데…
항상 말하지만 그건 로비에서 일어난 테러였고, 저는 책상 깊숙이 떨어진 수첩을 주우려던 것뿐이었습니다.
심각하게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동랑 님. 둥지 한복판에 있는 K사 연구실을 습격한 건 보통 일이 아닙니다.
그러게, 이번엔 용케 연구원들이 있는 층까지 도달했네요. 앗, 나 왼쪽 다리가 좀 삔 것 같아, 삼조 씨.
삼조가 동랑에게 익숙한 듯 재생 엠플을 주입하는 걸 가만히 지켜보았다.
로보토미 지부를 점령하고 있다는 테러 집단이 저 자들인가?
맞아요.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어흥이네요.
저 사람들이 테러 단체들이라고요? 그다지 전투에 특화되어 있지는 않아 보이는데요…
호오, 꼬맹이가 이제 그런 눈썰미도 생겼냐?
당연합니다. 직접 전투에 나서는 건 저들이 아니니까요.
딱 보기에도 동랑 님처럼 비실비실해 보이지 않습니까.
돈 있는 놈들은 직접 안 싸우더라도 만에 하나 모른다면서 신체 강화 시술을 받더만. 저거 다 엄살 아냐?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신체 강화 방법이 다양한 만큼 형태에 따라 거부감을 느끼기도 하고, 괴로워하기도 하니까요.
둥지에 따라서, 거주민인 깃털들이 자격 미달이면 일정 위력 이상의 시술을 받는 것을 금기시하는 곳도 있어요.
아래 것들이 힘을 가져서 들고 일어나면 곤란하기라도 하나 봐? 그치?
그 가능성도 부정할 수는 없겠네요. 둥지마다 다양한 이유가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근본적으로, 강화 시술은 고출력 차량과 흡사합니다. 감당 못 할 출력의 차량 같은 장비를 검증되지 않은 자가 다룬다면…
둥지 안의 여러 질서는 금방이라도 깨질 테니, 그 부분을 예방하는 차원이 클 거예요.
열성적인 설명 중에 미안하지만, 참고로 전 엄살은 아니고 진짜 아팠답니다?
이윽고 낯익은 자들이 등장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그 규칙적인 발걸음 소리까지.
힉!
거, 검문소에서 봤던…
이제는 우리의 든든한 아군이겠네요.
<저 로봇들… 생김새가 보통 험악한 게 아닌데…>
5초 내의 과다출혈. 12cm 이상의 척추 손상. 심장 동맥 적중. 두개골 파괴.
그리하여 모든 적은 불필요한 고통 없이 즉사한다.
불필요한 고통도 고통이지만 그냥 애매하게 뇌가 남아버리면 되살아나 버리니까 곤란해서 그런 거 아니었어?
저기, 실례가 안 된다면 너네 바로 죽진 않아도 그냥 죽은 척 해줄 수 있을까? 얘 어제 밤새워서 즉사 기능 업그레이드 된거 거든.
조용히 해.
봐 봐~ 내 말이 맞잖아. 저 반동 거리로는 후두엽까지만 통과 된다니까. 이걸 꼭 실전을 통해서 깨달아야 속이 후련하니?
젠장… 측두엽까지 뚫었어야 했는데.
질 수 없죠. 로봇은 저희 쪽에도 있거든요. 곧 나타날 텐데…
아하, 짠! 재생 앰플 투여 드론이에요.
그래도 든든하겠어요. 상처를 입을 때마다 즉각적으로 재생 앰플을 투여해 주는 건가요?
당연한 일이다.
몇 초 내에 복구가 된다면, 모든 판단은 부수적인 일이 될 뿐.
그렇다면… 저희도 언젠가는 저렇게 변하는 걸까요?
그런 걸 왜 생각하는지 모르겠군.
궁금하잖아요.
그런데… 여기 못 보던 옷 입고 있는 뉴 페이스들은 누구야? 자기 소개해 줄 사람?
우리가 알 바는 아니지.
맞아. 그런데 계속 마주 보고 있으려니까 조금 어색해서. 누군가는 말을 꺼내야 하지 않나 싶은데?
…고작 테러 조직 따위한테 왜 자기소개를 해야 하죠?
우린 테러 조직 따위가 아니다. 말조심해.
나는 그 어감,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네 살 때 내 가치관과 맥락은 같아서. 열 한 살 때 쓴 원자 논문이 당선되면서 어쩔 수 없이 대학원의 부름을 받게 됐지만…
조용히 해. 우리는 기술해방연합이다.
어떤 기술을 해방시키는 거죠? 기술이라는 것도 자유를 원하는 건가요?
아마도… 저 연구실 안에 있는 동물들… 아닐까요?
들었어? 쟤 우리가 동물보호사라도 되는 줄 아나 본데?
미안한데, 그런 고리타분한 유행은 옛적에 끝났단다. 우리가 행복하게 자라나 건강하게 튀겨진 치킨이나 씹자고 잘 시간까지 갈아가면서 기계들을 조립하는 줄 알아?
특히 X-32형 볼트는 요새 구하기도 힘들어서 다른 둥지를 통해서만 주문해야 돼. 세금이 얼마나 붙는지 알아?
X-32형 볼트는 c-9 볼트를 주조한 다음 2시간 간격으로 담금질을 하면 대체가 가능합니다.
어디서 같잖게 아는 척을…
오… 오… 아니야… 그럴듯해.
대체 왜 적군한테까지 팁을 주는 거야, 파우스트 씨?
이해 못하시겠죠. 연구원들에겐 죽음보다 중요한 신념 같은 것이 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