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 복도만 지나면 될 거예요. 그럼 지부의 끄트머리에 도달할 수 있어요.
그곳까지 무사히 도착해서 놓고 온 제 짐들을 챙기고 나면, 말씀드린 황금가지의 소유권을 넘겨드릴게요.
찜찜하게 마무리될 거 같은데 괜찮은 거야? 결국 그 테러 조직들은 코빼기도 비추지 않고 다 튀어 버린 것 같은데…
계약의 내용은 연구실의 탈환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누누이 말하지 않았습니까, 동랑 님. 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좀 더 저희에게 유리하도록, 꼼꼼하고 냉철한 정신머리로 작성해야 한다고요.
<…얼른 이동하자.>
이곳엔 다행스럽게도 살인 기계들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눈앞엔 반갑지 않은 그림자가 보였다.
조심하십시오, 관리자님! 전방에 누군가 있습니다.
<어, 하지만 손에 무기도 들고 있지도 않고…>
무기는 소유하지 않았지만, 관리자님은 연약하기 그지없는 민간인이지 않습니까!
<…응, 고맙네? 오티스?>
숫자 계산 안 되니? 딱 봐도 너희가 압도적으로 많잖아. 호들갑은…
왔니? 지렁이들.
그 기계에서 흘러나오던 목소리예요. 그리고… 아까 봤던 사람이기도 하네요.
다른 조직원들은 어디 있나요? 란 선배.
…그 난리통에 지원군까지 끌고 왔나 보네.
그리고 우리가 봤으면 얼마나 봤다고 선배래? 딱 보면 모르겠니?
다 대피했지. 그리고 나는… 열심히 시간을 끄는 중이고.
흥미롭네요… 급습했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알고 다 빠져나갔을까요?
너네가 지렁이라서 그렇지. 이것 봐. 고작 최우수 직원상 한 번 받았다고 기고만장해서는…
감히 우리를 잡으려고 기세등등 쳐들어 왔잖아.
혀가 기네. 감히는 무슨 감히냐?
네 말대로 숫자를 봐. 순순히 항복하는 게 좋을 거라는 건 안 봐도 알겠지?
…내가 항복한다 치자, 너희의 계획은 안 봐도 뻔하지.
나를 딱 죽지 않을 만큼만 무력화 시킨 다음에…
그 잘난 재생 앰플로 ‘치료’를 해주고.
원하는 답을 얻을 때까지 같은 짓을 반복하겠지.
그럼 저희가 원하는 답을 한 번에 내주면 그만일 텐데요. 안 되려나?
당연하지. 우리는 너희와는 다르게…
고작 주는 먹이만 받아먹으면서 살아남으려는 바퀴벌레 따위를 목표로 하지 않으니까.
…자꾸 성질 돋우네.
아~ 이제 놀아주는 것도 질렸다.
지금 뭘 하는…
그래, 그렇게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에만 실컷 궁금해하면서 살아가. 그게 연구자의 올바른 자세지.
선배…
귀청이 찢어질 듯한 소리와 함께 건물이 폭발했다.
유일한 흔적이라고는 그을음뿐이다.
<윽… 장난 아니게 아픈데.>
동랑님, 무사하십니까?
응… 단테 씨 쪽 일행이 폭발음이 들리자마자 절 밀쳐줬어요. 그, 말 수 없고 눈을 무섭게 뜨고 다니던 분 말이에요.
저도 구하려고 했습니다. 다만 거리가 살짝 모자랐을 뿐이고요.
휴, 아슬아슬했네요.
다른 이들 대신 폭발의 충격을 정면으로 맞은 돈키호테와 뫼르소는 등뼈가 드러날 정도로 파인 채 건물 기둥까지 날아가 쓰러져 있었다.
…돈키호테는 아예 기둥에 꽂혀버렸다.
망설임 없이 몸을 던질 수 있었던 건, 언제든지 되살아날 거라는 믿음이 깔린 덕택이겠죠.
어떤 마음이나 정 같은 것 때문이 아니라… 그렇죠?
돈키호테는 죽은 건지, 하필이면 입까지 꽂혀서인지, 어떠한 대답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쿨럭.
<뫼르소? 살아 있다고…?>
… 관리자를 지키고 회사의 임무를 무사히 수행시키는 게 내게 주어진 일이었다.
역시… 그런 거겠죠.
편리하네요. 재생 앰플 없이도, 몸을 수복할 수 있다는 건.
<…….>
<재생 앰플이 더 편리한 것 같은데…>
아 맞다, 슈렌느 씨도 괜찮으십니까? 다른 해결사분들은요?
저희는 끄떡없네요.
폭발 충격은 전부 너희 쪽이 받아 준 덕분에 이쪽은 큰 피해가 없어.
그래서… 재생 앰플을 계속 맞지 않았던 거구나. 저 시계가 특별한 능력이 있었던 거였어.
맞습니다. 제가 철저한 검증과 조사로 모셔 오신 분들이니까요.
그래… 나 참… 기껏 가져온 앰플들이… 쓸모없어졌잖아.
슈렌느가 왜 인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면서 가방에 들어 있던 앰플들을 바닥에 떨어뜨린다.
그래… 저들은, 아니. 나를 제외한 시선에서 내려다보면, 이건 편리한 능력이다.
인과를 뒤집어 놓는 것에 대한 대가가 고작 내 고통뿐인 거니까.
아니.
정말로 괜찮은 걸까?
그리고 이 모든 시간은 어디로부터 오는 걸까.
시계… 대가리… 뭘… 미적거리고 있어… 저 노란 꼬맹이 죽는다…
히스클리프는 폭발로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채 돈키호테 쪽을 가리키고 있다.
빨리 돌려… 이거 진짜… 더럽게 아프다고…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