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부른 거요?
네 친구라고 들러붙어 대는 저 자. 무슨 관계지.
보이는 그대로, 끊어진 지 오래된 연이요.
난 원래 간섭하는 것도 싫고, 긴말은 더 싫어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는, 저 동랑이라는 새끼 웃음이 가증스러워서 말해주는 거다.
깔끔하게 비어있어서 더 추했던, 눈에 띄는 그 책상.
그 밑에 네 놈 이름표가 붙어 있었어.
…….
<처음부터 이상을 그 자리에 앉힐 마음으로 준비했다는 거야?>
말로만 듣던 헤드헌팅이라도 꾸미고 있는 걸까요? 기업 간의 도의에 어긋나는 행위거나 그런 거 아닌가요?
환. 장.
…또 뭘 줄여 말하는 건데요?
안 줄였다. 환장하겠으니 한 말이다.
주황 머리, 뱃일을 오래 했다고 했나? 해결사로?
날개나 회사들에 대한 환상이 지나치다. 대호수에 오래 떠 있더니 상식이라는 것도 물고기 떡밥으로 던져버렸나?
이 세계에서 도의, 도리 따위를 따지다니…유머로서는 제법 우습군.
기업 간의 인재 스카우팅이나 이직은 이익과 효율에 따라 이루어진다.
헷, 너도 촌뜨기나 다름없구만. 아니지, 배뜨기냐?
이익…
<설사 그럴 마음이었다 해도… 말 그대로 이상하잖아.>
<이상의 마음은 알 바가 아니라는 것처럼…>
괘념치 마시오. 마음이라는 것은 썩 변변찮은 것이니.
박제당하는 삶이 퍽 익숙하오.
괘념치 않는다니요? 이상 씨, 이곳에 입사한 이유가…
애초에 저희… 모두 같은 제안을 들었던 게 아닌가요?
입사 제안.
내게는 성위를 새겨주겠다는 조건이, 제안이었다.
기억도 온전치 못한 주제에 그 단어를 듣자마자 나는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였지.
마치 내가 승낙을 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아는 듯한 그 태도는…
만약 이 곳에 입사를 한다면…
그리한다면…
간절히 원하는 것을…
매일 밤 자기 전마다 되뇌어 오던것을…
그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이뤄줄 수 있다고, 말했었죠. 분명히.
…….
우리에 대해 대체 얼마나 치밀하게 조사를 해 온 거야?
하… 아까 읽었던 그 소망을 이뤄주는 동화? 딴 데가 아니라 여기 있었네.
사실 그 소망조차도 허무에 지나지 않은 바람이었소.
사실은 그렇게 간절하지 않았다… 이거야? 그러면 너는 여기에 왜 입사했냐?
그저…
하도 걷다 보니 발이 너무 아팠소. 마침 소낙도 찾아왔고.
그리고 눈앞의 버스는 퍽 편안해 보였다오.
하. 그게 끝이 아니었을 텐데?
우리는 모두…
거기까지.
취업 규칙 중엔 입사 계약서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누설 금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같은 처지인 주제에 혼자 으스대는 척. 역겹군.
…….
계속 나아가죠.
그제야 떠올랐다.
대다수 수감자와는 달리, 이상은 고통스럽더라도 그 소리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그래서, 꼭 뒤늦게 발견하는 일이 잦았다.
그 수많은 고통은, 어디로 삼키고 있었던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