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워서 잘 안 보여… 저게 뭐죠?
소동 때문에 잠시 작동을 멈추게 했나 보다, 맞지?
네, 일단 침입자가 있을 수도 있으니… 일시 중지하라는 알폰소 이사님의 명령이…
아니, 아니, 그럼 안되죠. 그 잠깐 동안에도 손실이 어마어마하다고요, 삼조 씨.
그래서… 저게 대체 뭔데?!
아, 이건 말이죠… 우리를 위해 대신해서 울어주는 것이에요.
그래서 늘 고맙고 측은한 마음으로 바라보곤 한답니다.
그렇군… 란이 말해주었던 게 저거였구나.
어느샌가, 그토록 찾아도 나타나지 않았던 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눈앞에 있었다.
투명한 베일 같은 것이 그가 일어선 자리에 따라 스르륵 떨어지는 것 같았고…
동백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쭉 궁금했었는데 이제야 알겠다.
왜 그렇게 허술하게 보안이 뚫리고, 자꾸만 눈앞에서 놓쳐버리고, 사라지는 걸까 싶었는데…
‘장막’을 가지고 있었구나. 아~ 이렇게 간단한 걸, 왜 미처 못 떠올렸지?
‘장막’? 그건 또 뭔데… 하, 이 새끼들 또 지들만 아는 이야기 시작하려 하네?
히스클리프 씨는 도시에서 살 수는 있어도 해결사 일은 못 할 게 뻔하네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술 하나하나가 어디서 나왔는지 알려 하다 보면 그 끝이 없으며, 알기도 힘드니 체념하고 고개를 끄덕이죠.
아는 체. 이것 없이는 도시를 살아가기 버거울테니까요.
…흠흠.
…….
명성 높은 해결사들이나 날개 임원 아니면 최우수 부자들이나 겨우 가지고 있을 값비싼 특이점 기술을…. 무슨 수로 네가 얻게 된 건지는, 물어봐도 대답 안 해줄 거지?
눈앞의 이게, 재생 앰플의 진실이니?
…맞아, 맞아. 너희가 파괴하려고 작정하는 재생 앰플의 근원이지.
무슨… 파괴한다니요.
질문입니다. 이 앰플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지 모르시는 겁니까?
이 재생 앰플은 단순히 몸을 재생시키는 게 다는 아니잖아.
사람을 살리는 만큼, 죽이는 것도 이 눈물의 역할이니까.
하… 그러니까 이 눈물이, 사람을 죽인다는 말씀입니까?
이미 몇 번이나 보고도 믿지 않는 너 같은 자들에게는 더 할 말이 없네.
그럼, 제가 여기 들어왔다가 나오면 증명되는 건가요?
뭐?
근거 없는 트집이나 잡으며 동랑 님을 모욕하지 마십시오. 이미 수많은 사람이 이 기술로 죽어가는 몸을 완벽하게 치료받았단 말입니다.
저도 몸소 투약받은 적이 있습니다.
다이빙하다가 목이 부러진 적이 있었는데, 죽기 직전에 이 재생 앰플로 깔끔하게 나았어요. 제가 성인이 되자마자 K사에 지원을 한 이유이기도 했습니다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뭐, 뭐하는 거야, 삼조 씨?
어렸을 때 둥지 수영 선수가 꿈이었거든요. 이 정도 높이는 문제없습니다.
저번엔 도시 야구 선수라며…
하하, 삼조 씨, 또 오바한다. 그게 무슨 생고생이야. 괜찮으니까 그냥 가만히 있어.
고생이라뇨, 동랑 님이 개량하신 재생 앰플이잖습니까.
동랑 님과 알폰소 님… 그리고 수많은 연구원이 몇 년 동안 연구한 K사의 재생 앰플이란 말입니다.
이 기술에 대한 믿음과 자부심이 제가 여기 있는 이유예요.
금방 돌아올 수 있습니다.
…잠깐, 삼조 씨?
안경까지 벗은 삼조가 눈물들이 담겨 있는 통 안으로 뛰어들었다.
기포가 작게 생기지만 수 초 후엔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아…
이거 참, 곤란하게 되었네. 삼조 씨는 눈물 원액 자체에 대해서는 몰랐단 말이에요.
시체는 못 건질 거예요. 그래도… 마지막까지 저희를 자랑스러워해서 다행이네요.
…뭐라고요?
삼조 씨는 소위 개천에서 난 용이었어요. 난 그런 유형들을 좋아하거든요.
날개의 요구 조건에 턱없이 못 미치는 데도 불구하고, 날개에 뽑힌 친구들은 대체로 충성심이 강해요.
뭐? 애초에 둥지에서…
참, 둥지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누구나 날개에 쉽게 입사할 수 없다는 건 알죠?
…….
어떻게 된 거예요? 삼조 씨는 왜 안 나오는 건데요?
원액은 무슨 기능을 하는 것이오, 동랑?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려주는 것이 눈물의 역할이야.
그 눈물을 정제하고 정제해서 만든 게 지금의 재생 앰플이지.
팔이 없는 사람이 ‘재생 앰플’을 맞으면, 팔이 있는 모습을 자신의 본모습이라고 기억하고,
머리가 함몰된 사람이 ‘재생 앰플’을 맞으면 머리가 멀쩡한 모습을 원형이라고 기억하니까.
로보토미 지부에서… 벌레처럼 죽어가던 자들은…
이를테면, 모두가 최면 상태에 걸렸던 것이오.
밀폐되고 조용한 장소에서 ‘너는 벌레다’라고 반복해서 말하는 음성을 들으면… 우리의 무의식에는 벌레의 이미지가 자리 잡게 되니까.
맞아. 사람의 관념으로 정제하며 희석하는 절차를 밟아야 효과가 잘 받지.
하지만 그 어떤 해석도 없는 눈물 그 자체가 닿으면…
사람의 근원적 모습까지 거슬러 올라간 형태로… 되돌려 주더군.
근원…적 모습?
정확히는 되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해야 하나요?
역시… 아무리 그래도 그 근원적 모습이라는 곳까지 도달은 못 하는 것 같아요.
결과적으론 고통을 없애 주긴 하지만 뭐…
그래서, 만족해 동백? 네가 옳았고 삼조는 눈물 속에서 사람의 원형 비스무리한 무언가가 되었겠지. 축하해. 이제 정말로 원하는 게 뭐야?
…….
특이점. 그리고 특이점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개념 소각기에 넣은 영구 소멸.
개념 소각기라. 이번에도 개념 소각기에 태운다고?
그래서… 동백, 그 아무것도 없는 시대로 돌아가면… 그런 다음엔?
나무를 꺾고 집 짓고 동물 가죽을 벗겨서 옷을 만들고… 그렇게 살 거야?
그러곤 꺾은 나무와 죽은 동물을 애도하면서?
이봐, 동백… 그런 마음으로는… 천둥벌거숭이로 밖에 살 수가 없어. 그게 정말 네가 원하는 거야?
너는… 언제나 어리석은 질문을 하네. 지금이나, 그때나.
우리는 추악한 너희들을 없애기 위해 추악한 기술을 무기로 휘두르며 맞서기로 결심했어.
따라서 우리가 그리는 미래에는 아무도 남아있을 수가 없어.
그러니까 자유로울 수 있었던 거야. 생존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하하, 그게 무슨 말이야. 너는 미래를 그리고 있는 게 아니라 과거를 놓지 못하고 있는 거였네.
둘 다… 그만두시오.
눈앞에서 옛 다툼이 반복되는 걸 보고 싶지 않소.
이상, 멀쩡해 보이네.
다행인 것처럼 말하는군. 당신은 이상이…
응. 죽기를 바랐었지.
하지만 그건 본인도 마찬가지 였을걸.
심장까지 꿰뚫는 와중에도 저항 한 번 안 하던데.
오히려 불쾌했어. 마치 원하는 것을 내가 이뤄주는 느낌이었으니까.
…….
하나 같이 사고방식이 조금 꼬여 있는 것 같은데. 절벽 끝에서 망설이는 사람을 손수 밀어줬다고 그게 정당해지나?
망설… 하, 너 말고 본인이 직접 말해 줄래?
…나는 할 말이 없소.
대화는 끝났네, 그럼.
차라리 잘 됐어.
이 자리를 기념해서 옛 벗이었던 둘을 직접 죽이겠어.
그리고 특이점을 회수하고 태워 버릴 거야.